다음샷이 더 중요하다

by Sea Dragon

가끔 필드에서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골퍼들을 본다. 버디 하나에 우쭐하다가 보기 하나에 침울. 더블보기에는 세상이 꺼지듯 우락부락 어찌할 바를 모른다. 다음 샷보다 지난 샷의 실수가 눈앞에 계속 어른거린다. 타이거 우즈도 ‘10야드 법칙’이라고 지난 샷의 실수는 10야드 걸어가는 동안에 실컷 풀어서 바로 잊어버리려고 할 정도이다. 일어나는 화(火)는 당연지사이다.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하다. 속으로만 계속 삼키는 것도 언젠가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조금 전 실수에 대해 바로 극복하지 못하다 보면 연이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보기-보기.. 더블보기.. 트리플... 물론 운 나쁘게 공이 떨어진 자리가 잔디가 움푹 파인 디봇이나 페널티 지역일 수도 있지만, 실수에 대한 지난 샷의 잔상이 남아 있어서 제대로 원하는 다음 샷이 나오지 않을 때가 의의로 많다. 이런 것을 이겨내지 못하고서 우승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다. 실수는 실수한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아! 내가 또 실수했구나. 그리고 또 다음에도 실수할 수 있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끝난 샷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음 샷을 잘해야만 실수에 대한 보완이 된다. 계속되는 실수의 단절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골퍼마다 다를 것이다. 어찌하든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지난 샷의 좋은 결과를 계속 이어가지 못할 때도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버디 후에 어김없이 이어지는 보기 플레이가 그러하다.


어찌 보면 골프나 세상일이나 매사에 너무 심각하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전쟁에서도 이기고 지는 현상이 일반적이듯, 대부분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렇다고 너무나 무덤덤하게 대하는 것도 성의가 없어 보인다. 적당하게 감정표현을 하되 오랜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하면서까지 골프나 인생살이를 끌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음 샷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는 과거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샷을 잘 준비하기 위해 현재에 더 충실해야만 이미 실수한 과거보다 나은 다음 샷이 나오지 않을까. 또 지난 샷이 아무리 좋았어도 다음 샷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장밋빛 미래가 계속해서 담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잘못된 샷 하나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오늘 대회 결과가 나쁘다고 내일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고 멍청이! 아이고 xx야!” 과도하게 자책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오래 끄는 동안에 다음 샷에 미칠 주변 환경이나 동료의 샷 결과를 제대로 살펴서 연습 샷을 한 번이라도 더 준비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래서 많은 골퍼는 오늘도 어제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연습을 한다. 실수하는 것을 겁내면 훌륭한 골퍼가 될 자격을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


살아가면서도 돌아보면 이미 지난 과거의 부귀영화가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 아둔하게도 우리는 과거는 과거일 뿐인데도 지난 과거의 발목에 붙잡혀 있다. 찰나 같은 이 시간도 곧 과거가 되어버리고 그다음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물론 이전에 내가 무엇을 했다는 것이 아예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거는 우리의 스승이고, 현재는 우리가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실패,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좌절 등 인생의 롤러코스터에 한없이 빠져 자신을 책망하며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은퇴도 중요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듯. ‘은퇴’라는 단어를 은퇴시키라며 할 일이 많은 이들은 더 중요한 다음 샷을 위해 오늘도 여생을 열정적으로 불태우고 있다. 무위도식하며 계속 살 것이냐. 소소하지만 내가 가진 선의의 영향력을 이 사회에 민들레 홀씨처럼 뿌려볼 참이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다음 샷의 준비가 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는 그런 것을 가르쳐 준다.

프로선수들조차 대회 중 첫날 성적이 부진하면 이번 대회는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추어들도 초반에 성적이 나쁘면, 그날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쉽게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이런 실망과 낙담은 끝내 불길한 예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장의 18개 홀은 물리적으로 제각각이기 때문에 전혀 연계되지 않는다. 첫 홀에서 ‘보기’를 해도 다음 홀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미리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멘털을 바로 세우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만, 처음부터 잡생각으로 멘털이 흔들리게 되면 계속 반복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위기에 놓이게 되면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인생이나 골프 라운드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구름에 비 내릴지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누가 알겠는가. 다음 샷 한 방에서 그 어렵다는 홀인원이 터질지. 저 모퉁이를 돌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래서 세상은 끝까지 희망을 부둥켜안고 살만한 곳이리라. 다음 샷이 중요한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항변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계속 툴툴거리지 말고 필드에서 행복함을 맛보려면 지금 바로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연습장으로 달려갈 도리밖에는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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