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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Mar 25. 2024

봄, 희망의 서곡(序曲)

언제나 봄이 오려나     


어제도 추웠던 이날의 낮 기온은 20나 되었다봄의 첫걸음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편안한 옷차림으로 느긋하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이런 날씨가 그리웠는지 집 밖으로 많이들 나왔다아이들은 물론 반려견까지 유모차에 태워서지나치는 반려견끼리도 반갑다고 난리다맑은 하늘이 좋아서따사한 햇살이 반가워서 걷다 보니 3시간도 힘들지 않게 훌쩍 지나가는 3월 하순 우리 동네의 풍경이다.     


봄은 참 좋다     


봄에 태어나서일까하여튼 내게 봄은 겨울 동안 죽은 듯 봉인되어 있던 생명체가 기지개를 켜면서 설렘과 함께 희망으로 다가온다

각인된 나의 봄은 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산에서 나무해서 아궁이에 불 때며 지내던 한겨울 산속 탄광촌에서의 어린 시절에서군복 입고 수없이 돌아다니던 산속 진달래와 개나리꽃망울에서 먼저 발견되었다

겨울을 잘 버티고 이겨낸 성장 느낌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늘 알려주던 시간이 봄이었다.


헤르만 헤세도 “봄은 삶의 시작이다겨울의 죽음과 쇠퇴에서 벗어나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잉태하는 계절이다.”라고 했다.     

봄을 사랑했던 나는 첫 딸 이름도 보미 (봄의 연음)라고 지었다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딸은 무난하게 꿈에 그리던 골프 프로선수가 되었고우리 가족에게는 늘 희망이었다지금은 은퇴하여 또 다른 길을 봄처럼 야멸차게 걸어가고 있다.     


삶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     


나는 지금쯤 아마 가을쯤 되는 여정을 걷고 있다

이젠 수확의 기쁨을 즐기며 겨울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곧 다가올 겨울을 잘나기 위해 나름 준비도 하고 있다

능력이 닿을 때까지는 일도 계속하려고 한다무료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가치 있게 일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다어쨌든 적어도 자식들에게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부부 간병인보험에도 미리 가입하고이런저런 보험들도 재정리해본.     


나의 봄 시절은 어땠을까. 

돌아보면 무엇이 정의로운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혼동 속에서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 채 허겁지겁 살아온 것 같다

나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하기보다 변명 같지만집단 속에 파묻혀 소신 없이 어우러져 제대로 나를 찾아볼 틈도 없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소신 없음이 소신처럼 되어버린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실패도 결코 실패가 아니라 먼 훗날 유의미한 경험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면그 어떤 고난이나 어려움도 훨씬 쉽게 이겨낼 수 있었고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봄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는 희망의 서곡(序曲)이다

그 암울하던 매 순간에도 봄 같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 위안 삼기도 한다

인생의 봄도 때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기도 했다. 

힘들어서 올해만 골프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던 딸이 마침내 극적으로 KLPGA 첫 우승을 했을 때도 그러하였다

무작정 전역 지원서를 던져놓고 이 사회에 아무 대책 없이 나왔던 그 순간에 찾아온 재취업의 소식 등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같았던 그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났을 때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따사한 햇살과 부드러운 봄바람을 아마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동네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행복해하는 표정에서도 이 한갓진 오후에 내게 다시 한번 생동하는 봄기운이 전달되는 듯하다올해도 그 추웠던 겨울을 이겨내고 어김없이 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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