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 Dragon Mar 02. 2023

삶의 핵심, 사람과 순간의 행복

“골프의 핵심은 절대로 골프가 아니다.”     


57세에 첫아들을, 59세에 둘째 아들을 얻은 늦깎이 소설가 아빠 팀 오브라이언(미국)이 70대 중반이 되어서 어린 두 아들에게 전하는 삶과 사랑의 책 『아빠의 어쩌면책 (Dad’s maybeBook)』에 나오는 글귀이다. 

삶의 핵심이 단순히 삶 그 자체만 가리키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100세가 되는 어느 가을날쯤 중년이 되었을 아들들에게 골프 라운드를 함께 하라고 권한다카터를 타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형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所懷)를 나누라고 한다

라운드가 끝나면 둘이서 맥주나 한잔하라는 당부와 함께.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프로 선수가 아닌, 단지 골프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라면 정확한 샷이라든지 퍼팅 감각 그 딴것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와 행복감을 느껴보고, 수다도 떨어가면서 삶에 지친 서로를 그냥 위로해 주고 위로도 받으면서 이 만남의 시간을 즐기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골프 점수나 따지지 말고마치 일만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여유도 없이 너무 그렇게 후줄근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     


예전에 누군가 ‘행복 리스트’ 만들어보기를 내게 추천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작성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해서 따라 해 보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 때로는 며칠 만에 쓸 때도 있었다. 

의외로 행복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에도 대부분 겨우 3% 약 42분간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대부분 시간은 그럭저럭 지내는 일상이라고 한다.     


여러 날 행복 리스트를 쓰면서 하나의 공통점도 발견했다.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 나의 행복이 비롯된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명상이나 연구,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서로 공감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관계 속에서 함께 할 때 더 행복했다. 

함께 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의 기쁨과 행복이 같이 움직였다.      

그리고 행복의 반대말은 가난도 질병도 아닌, 고독한 삶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행복(happiness)의 본뜻은 행운(good fortune)이라고 한다(어원 hap은 우연이라는 의미).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서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도 결국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오랜 고생 끝에 맛본 행복도 야속하게 며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 것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프대회 우승이나 승진, 연애, 결혼과 취업, 로또 당첨 등의 기쁨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이유다. 

삶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 올라도, 행복의 기준과 순간들은 일정 기간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 멋진 추억을 많이 공유하게 되면, 그 자체가 바로 행복의 재발견이다.     


오래간만에 골프장을 찾을 때가 많다. 당연히 동반자와도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시간이다. 울창한 숲 속 푸르른 잔디 위를 걸으면서 일상에서 찌든 스트레스와 복잡한 일들은 잘 만들어진 저 해저드에 미련 없이 모두 던져버리고 동반자와 함께 단 몇 시간만이라도 편하고 즐겁게 보내보자.     

살다 보면 뒤늦게 만난 사람이라도 나와 가치관과 신념이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좋은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하나 쌓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간다

혹자는 부자 친구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거나 그런 부류들만 사귀려는 이들도 있다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너무 높은 점수를 주지 말고비록 크게 가진 것은 없어도 지금 만나고 있는 믿음의 친구인 동반자부터 먼저 잘 이해하고 챙기자     


늦게 낳은 자식들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서로 잘 지내기를 바라는 오버라이언 작가의 애틋한 노파심처럼이 어려운 삶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려면 친구끼리 형제끼리 서로서로 격려와 위로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에 삶의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선을 다하는 삶, 잡초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