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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 Dragon Mar 02. 2023

골프의 핵심은  절대로 골프가 아니다!

삶의 핵심이 삶이 아닌 것처럼

“골프의 핵심은 절대로 골프가 아니다.”     


57세에 첫아들을, 59세에 둘째 아들을 얻은 늦깎이 소설가 아빠 팀 오브라이언(미국)이 70대 중반이 되어서 어린 두 아들에게 전하는 삶과 사랑의 책 『아빠의 어쩌면책(Dad’s maybeBook)』에 나오는 글귀이다. 삶의 핵심이 삶이 아닌 것처럼.

  

이 책에서 저자인 아빠는 자기가 100세가 되는 어느 가을날쯤 중년이 되었을 아들들에게 골프 라운드를 함께 하라고 권한다. 카터를 타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형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낀 소회(所懷)를 나누라고 한다. 라운드가 끝나면 둘이서 맥주나 한잔하라는 당부와 함께….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정확한 골프 샷과 비거리, 퍼팅 능력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골프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라면 그것보다는 심판이 없는 골프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직에서 벗어나려는 유혹도 이겨내어 보고, 동시에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와 행복감을 느껴도 보고, 수다도 떨면서 삶에 지친 서로를 서로 위로해주고 위로받으면서 그 시간을 즐기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골프를 점수나 따지는 팍팍한 스포츠로만 이해하거나, 일만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피곤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예전에 누군가 ‘행복 리스트’ 만들어보기를 내게 추천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작성하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해서 따라 해 보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 때로는 며칠 만에 쓸 때도 있었다. 의외로 행복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에도 대부분 겨우 3% 약 42분간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대부분 시간은 그럭저럭 지내는 일상이라고 한다.     


행복 리스트를 쓰면서 공통점도 발견했다.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 행복이 비롯된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명상이나 연구,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서로 공감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행복했다. 행복의 반대말은 가난도 질병도 아닌, 고독한 삶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행복(happiness)’의 본뜻은 ‘행운(good fortune)’이라고 한다(어원 ‘hap’은 ‘우연’이라는 의미).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한 행운이다. 서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도 결국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오랜 고생 끝에 맛본 행복도 야속하게 며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 것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프대회 우승이나 승진, 연애, 결혼과 취업, 로또 당첨 등의 기쁨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이유다. 삶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 상승되어도, 행복의 기준과 순간들은 일정 기간 지나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 멋진 추억을 많이 공유하게 되면, 그 자체가 행복의 재발견이 되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로 어려워진 부킹, 비싸진 이용료 때문에 어쩌다 오래간만에 골프장을 찾을 때가 많다. 그럴 때라도 울창한 숲 속 푸르른 잔디 위를 걸으면서 일상에서 찌든 스트레스와 복잡함은 잘 만들어진 저 해저드에 미련 없이 모두 던져버리자.      


뒤늦게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나와 가치관과 신념이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 인생을 닮았다는 골프장에서 좋은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보면 어느덧 나도 우리도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까칠하게 점수나 매기며 오늘의 위너(Winner)가 되려는 것보다, 동반자를 서로서로 격려하고 위로해 주면서 재미와 운동 그리고 삶의 재충전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 골프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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