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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스 Jan 25. 2023

아이들이 질문,

우리는 어떤 일상과 어떤 고정관념 속에서 살고 있을까 


아이들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까? ‘응’ 혹은 ‘아니오’ 로 대답할 수 없는 아이들의 철학적인 질문에 그림책 작가 토미 웅거러가 답하고 있다.  <제랄다와 거인>, <세 강도>, <꼬마 구름 파랑이> 등의 그림책 작가 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미 웅거러는 아이들의 질문에 철학적인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아이들이 일상을 살면서 궁금해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그의 깊은 고민과 경험 그리고 그에 대한 진솔하고 다정한 설명이 담긴 답변을 만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해요? 수줍음이 많은데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요? 우리에게는 특별히 좋아하는 색깔이 있는데 나의 어떤 감정으로 인해 그 색깔을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왜 돈이 있어요? 동물원이 있는 게 좋을까요? 우리는 다리로 걷는데, 생각은 뭘로 해요?

철학 잡지“Philosophie Magazine”에서 주관해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우정, 사랑, 동물, 돈, 우주, 어린이와 어른, 가족, 인간과 인간의 특성, 도덕과 사회, 죽음, 자연과 과학, 사고와 지식, 두려움 그리고 고정관념 등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 100가지의 어린이들의 질문에 토미 웅거러는 철학적이면서 시적인 그의 고유한 방법으로 때론 그림을 곁들여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 <아이들의 철학적인 100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응, 도 아니, 도 아닌"(NI OUI NI NON)>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 프랑스 어린이책 출판사 에꼴 데 로와지르에서 출판했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일상의 어휘를 사용해서 설명하되, 현실에서 또는 상상의 세계에서 가져온 여러 가지 예들로 다양한 생각을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모든 문제와 어려움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함께 했을 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서툰 대답으로 인해, 우리 역시 늘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고 발견한다.  

                                                                                                                    - 토미 웅거러       


왜 어른들은 담배를 피워요? 몸에 나쁜 줄 잘 알면서...  - 10살 에밀리     


< 일종의 습관이지. 그러다 필요해지고 차츰 중독으로 변하지. 

담배는 술만큼 해로운 게 사실이야. 우린 담배의 노예나 다름없어. 나 역시 담배를 무척 좋아해서 아주 잘 알지. 담배를 끊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거든, 그런데 소용없었어. 

난 15살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 처음 피워본 담배 맛이 무척 나빴어. 텁텁하고,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폐를 손상시키지. 담배는 목과 코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거든. 단지 나쁜 습관을 위한 것이야. 그런데, 난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어. 난 흡연자들의 수호신인 니코틴에게 간청했지, 날 좀 자유롭게 해달라고, 그런데 허사였어.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쁜 습관은 늘 좋은 게 아니지. >                              

                                                                                                                     - 본문 중에서   


프랑스, 도시 어느 곳이든 거리를 걷다 보면,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아이 손을 잡고 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는 거야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유독 같이 있는 아이가 눈에 띈다. 예전에 한국독립영화를 봤다. 젊은 여성이 일하면서 학교에 다니는데, 급여가 몹시 적어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집 월세도 낼 수 없다. 친구 집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몹시 궁핍하게 사는 젊은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취향을 포기하지 않는 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 여겨졌다. 그건 누구와 함께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한국드라마를 봤다. 한 아이의 엄마가 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아이 엄마는 담배 피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나 어렸을 땐 냉장고의 하얀 문이 누렇게 변하도록 우리 아버지는 연신 집에서 담배를 피웠더랬다. 그땐 질문할 생각도 못 했다. 마치 아버지의 고유한 영역인 것 같아서였다.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담배와 함께 살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질문하는 것, 대답하는 것 모두 우리 삶이다. 습관처럼 하고 있는 일상에 대해 아이의 질문을 기회로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마다할 이유 없다. 토미웅거러가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에서 비롯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참 좋아 보이는 책이다. 


6살 가비는 "나쁜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는지, 그들을 늘 고려해하는지"를 묻는다. 작가는 그의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을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아이의 질문에 접근한다.  작가는 나쁜 사람들이라 칭할 수 있는, 예의 없이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제 멋대로인 사람들, 늘 불평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늘 위협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다 저마다 약한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에서 제랄다는 요리솜씨가 뛰어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어린이들을 산 채로 잡아먹기를 좋아하는 식인거인이 길에 쓰러지고, 그를 발견한 제랄드는 자신의 요리솜씨를 발휘해 야채들로 준비한 맛있는 요리를 선사한다. 살아있는 어린이를 잡아먹는 것 이외에 다른 경험이 없었고 그래서 다른 것을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식인 거인은 제랄다의 음식을 먹으면서 아이들을 잡아먹을 생각을 아예 잊는다. 토미 웅거러는 나쁜 사람을 늘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단지, 그들이 현재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나쁜 행동 이면의 다른 상황에서 그들의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말이다. 


아이들은 때론 무척 논리적이고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할 때가 많다. 대답하기 난처할 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질문엔 사람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없다.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한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내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물음이다.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기쁨이 있다. 아이들의 철학적인 질문에서 그리고 작가 토미웅거러의 정성스러운 답변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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