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정 반대로 흘러가는 장점과 단점
동서를 막론하고 깨끗한 땅과 물과 공기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 중의 하나다. 그리고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하더라도 덜 위험한 공간과 사람 자체로서 인정받는 일 역시 성별이나 노소를 막론하고 당연히 느끼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지금보다 더 쾌적한 생활 환경을 지키는 일이나 장애인의 일상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는 한국에서 긍정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도리어 불특정 다수의 구성원들이 극단적인 결과를 근거로 폭력을 행사하면서 천덕꾸러기로 쉽게 전락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만큼은 환경 문제와 장애인의 처우 개선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특히 덴마크는 이후에 내가 방문한 독일이나 폴란드보다 그 정도가 훨씬 짙게 드러났다. (독일이나 폴란드도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지점을 몇 가지만 집어내자면
1. 소변을 정화하여 물로 재활용하자는 공항 내 화장실의 표어
2. 자전거가 차도 위를 달리는데도 누구 하나 불만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비추어졌음.
3. 실내에서 창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이나 온풍기를 틀지 않음. (출입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문을 닫음)
솔직히 한국인 중 한 명으로서 신기해 보이면서도 한국도 배워둬서 나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차도에서 타고 다니는 모습은 친환경에서는 물론이고 인도의 보행자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안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숙소를 포함한 여러 시설에서 실내의 공기를 정화할 겸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바깥의 공기를 차단한 모습도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물론 오가는 사람들이 잦은 곳에서는 문이 열릴 수밖에 없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직원이 출입구에서 문을 닫거나 자동문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혹자는 이것을 두고 하찮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같은 '사소한' 모습들이 자주 눈에 비친다면 기후위기 문제가 입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최악으로 치닫는 일을 피하거나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남다름을 보여주는 지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의 턱이었다. 한국에서 거리를 걸을 때 자세히 보면 턱이 꽤 높다. 이렇게 하면 차가 인도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지라도 장애인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게는 평지가 아니라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턱을 오르기 어렵고, 목발을 짚은 사람에게는 높이에 상관없이 넘는 도중에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턱이 낮으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덜 위험할 것이다. 동시에 거리의 턱이 낮으니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보행자가 있는지 정도만 의식하고 그대로 타고 지나가면 된다. 이렇게 장애를 가진 분들이 물리적으로 덜 불편하다는 사실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더욱 편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다만 이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지점이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잘 와닿지 않는다는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500ml짜리 생수 1병에 3000~4000원이 평균이고 바가지를 씌웠을 때 7000원 이상이라면 국적을 막론하고 관광객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덴마크는 정말 그러했다. 생수 1병의 값이 저 정도였고, 지점별로 천편일률로 값을 부르는 한국의 편의점들과 다르게 이곳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이를테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근처의 세븐일레븐에서 생수를 2병에 33크로네를 부른다면, 아밀리엔보르 궁전 근처의 세븐일레븐에서는 똑같은 생수를 1병당 35 크로네에 팔고 있었다.
악명높은 덴마크의 물가는 생수뿐만 아니라 음식 값에서도 드러났다. 코펜하겐에서의 첫 날, 나는 간단하게 저녁 해결할 생각에 숙소에서 가까운 케밥 가게로 가서 케밥 한 개와 콜라 한 캔을 주문하였다. 그때 점원이 부른 값은 120 크로네, 한화로 약 25,000원 정도였다. 한국에서 케밥 단품은 물론이고 음료수 1캔까지 먹을 때 1만 원이 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 나빠서 값비싼 음식점이 걸렸다고 생각하였지만, 곧 그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숙소까지 가면서 보았던 몇몇 음식점이나 상점의 가격표를 보니 너무 비쌌던 것이다. 즉 내가 케밥집에서 먹은 값은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덴마크에 머무는 동안 내 계획을 많이 수정해야 하였다. 출국 전에 숙소를 예약할 때는 아침식사 서비스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매일 69크로네(한화 약 14,000원)를 내고 아침을 먹었다. 속이 살짝 더부룩하다 싶을 정도로 든든하게 먹은 대신, 점심과 저녁을 음식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덴마크의 샌드위치인 스뫼르브레 하나를 먹는 데 약 2만 원 정도고, 아시아 식의 퓨전 볶음밥 한 그릇을 먹을 때 어떠한 고명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1.2만 원) 물값까지 비싼 속에서 내가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고, 덕분에 나는 덴마크에서의 비용을 80만 원 선에서 그칠 수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숙소와 항공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합산한 결과였다.)
체크아웃 후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때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만약 다음 기회에 내게 자유여행 형식으로 다시 유럽에 다녀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덴마크를 고를까? 못 보고 나왔던 것들을 생각하면 한 번 더 가보고 싶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솔직히 망설여진다. 만약 다시 덴마크를 밟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게스트하우스를 잡아서 식비를 더 절약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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