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멈추게 하는가? : 동서분단

분단의 흔적을 음미해 보기(전편)

by 헨리 월터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나라 자체는 물론이고 수도마저 동서로 분단된 역사가 있다. 분단 시기에 베를린은 사회주의 공화국인 동독의 수도였지만, 서독으로서는 베를린 자체가 동독의 한가운데에 위치하였던 문제로 수도로서의 의미는 약하였다. 그래서 동서 분단 시절 서독의 중심지는 라인란트 지방의 작은 도시인 본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은 통일된 나라의 수도인 베를린. 이곳에서 느낀 분단의 단면 혹은 사회주의 시절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1. 훔볼트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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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과 2025년 6월의 모습. 왼쪽에서는 안 보이는 돔 지붕이 오른쪽에서 확인되는데, 그 건물이 바로 베를린 왕궁인 훔볼트 포룸이다.
20250615_183253.jpg 훔볼트포룸 자리에 세워졌던 문화 공간. 동독생활사박물관에 갔을 때 디오라마로 표현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곳은 원래 프로이센의 왕궁으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서로 분단된 후 동독 정부는 이곳을 철거하였고 동독 주민들을 위한 문화 유산으로 활용하였다. 나중에 통일된 후 동독의 유산이었던 건물은 철거되고 다시 복원한 것이란다. 혹시나 싶어서 지난 2018년 사진을 다시 뒤져보니 슈프레 강 모습이 보이도록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하나가 있었다. 나뭇가지에 가려진 상태로 찍혀서 자세히 살펴보니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 내가 찍었을 때 그곳은 공터였던 것이다. 이번에는 베를린에 머무른 지 5일째 되던 날에 전시를 하나 관람하였는데, 전시에 대한 개인적인 후기는 추후 다룰 예정이다.


2.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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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찍은 마르크스와 엥겔스 동상. 둘이 응시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알렉산더 광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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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엥겔스 동상이 있던 근처의 조형물. 오후의 뜨거운 햇살 속에 비친 두 조형물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이 나오고 그 안에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대표격 인물인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동상이 있다. 둘의 모습은 동독 정부 시절에 세워졌고, 지금은 알렉산더 광장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형태다.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잔잔하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잡힐 것 같은 이 감은 좀처럼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노동자 계층의 문제를 표현한 것으로 보였던 조형물까지 보다 보니 그 느낌은 더 깊어졌다.


여담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내부 모순으로 붕괴된 후 노동자 계층이 중심이 된 사회주의 국가가 수립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였던 거두는 소련과 중화인민공화국이었고, 수립되었을 당시에는 모두 자본주의 발전과 거리가 먼 나라들이었다. 심지어 한 나라는 현실적인 위기를 벗어날 목적에서 개혁을 추진하였다가 연방 체제가 무너졌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만 그럴싸한 권위주의적이면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국가가 되었다. 심지어 냉전 시기에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한 다른 나라들도 말이 그러할 뿐이다. 과연 무덤 속의 두 거목이 오늘을 살아가는 세계인들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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