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지를 대하는 온도차를 느끼며
앞서 독일의 동서 분단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슈타지에 대해 잠깐 언급하였을 것이다. 슈타지는 냉전 시기 동독 정부에서 운영하였던 비밀 정보기구로, 이곳과 관련하여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장소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포츠다머 광장 근처에 위치한 스파이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옛 슈타지 본부 건물을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슈타지 박물관이다. 혹자는 하나의 도시 안에 굳이 두 곳이나 있을 필요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의 사례를 생각하였을 때, 남산 쪽에는 인권길이라는 테마가 정리되어 있고 인권탄압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대공분실로 사용되었던 남영동의 건물 하나가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개조된 상태이니, 그렇게 이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스파이박물관과 슈타지박물관은 소재에서 접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먼저 스파이박물관은 내가 7년 전 베를린에 있었을 때 찾아간 곳 중 하나였다. 그곳에 들어가면 1층에는 간첩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들 및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있었다. 그 옆에 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을 때 상설 전시실이 위치해 있다. 한켠에 있는 전자 기구를 통해 관람객들은 제 3 제국 시절 첩보 활동으로 이름을 남겼던 몇몇 인물들의 사진과 약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이후는 거의 슈타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대체로 관련 인물들의 녹취를 수화기 너머로 듣는 방식과 함께 암호를 해제하는 체험 공간이 전부였다. 그 외의 나머지는 은밀하게 첩보 활동에 사용하였던 물건과 주요 인물의 약력 등이 표시되어 있고, 출구 근처에는 미션 임파서블 테마의 배경음을 깔아둔 상태에서 관람객들이 센서를 피해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7년이 지나고 난 시점에서 다시 이곳을 밟았을 때, 막연하게 얼마나 바뀌었을까 싶은 생각이 강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전시물 몇 가지를 바꾸거나 구술 녹취 대상이 변경되는 식으로 기본적인 틀을 놓아둔 채 바뀐 것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막상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는 예상한 바와 정 반대였다. 상상하였던 수준 이상으로 전시실이 개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주 관람객층이 가족임을 생각하여 1층에서부터 체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을 배치하는 식으로 정비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놀라움은 2층에서도 계속되었다. 2층 전시실은 종래의 열차형 전시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있었다. 첩보 활동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이용한 차량 탑승 체험은 물론이고 은밀한 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포착되는 자신의 모습, 거짓말탐지기 체험 등이 있었는데, 내 눈에 가장 잘 들어온 것은 찢어진 문서를 관람객이 직접 붙이는 놀이 공간이었다. 즉 슈타지가 해체되기 전, 이곳에 몸을 담은 요원들이 대충 손으로 찢어서 문서를 파기하였다는 점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연방 정부의 주도에 따라 슈타지 요원들이 파기한 문서들을 복원하고 있고, 일부는 도르트문트의 축구박물관을 비롯한 다른 박물관들에서 주제와 연계하여 공개하고 있다.
반대로 슈타지 박물관은 첫인상에서부터 정말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진 공간이었다. 이곳은 본래 동독의 비밀 정보기구 역할을 한 슈타지의 본부가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일반에 공개되고 있었다. 베를린패스에 포함되었던 전자와는 다르게 이곳은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체 교류 같은 특수한 사항을 제외하면 일반 관람객들이 내부를 촬영하는 자체는 절대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슈타지 박물관의 외관과 간부의 숙소로 사용되었을 관사 등 주변 건물을 사진으로 담는 선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볼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면 슈타지와 관련된 요원 중 모자이크로 처리된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독일에 거주 중이신 지인 분의 이야기로는 모자이크로 처리된 요원들의 경우는 당사자들이 노년인 채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이 하였다는데, 그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았다. 여기에 더해서 요원의 유가족 혹은 인척 등이 있다면 명예훼손 시비까지 걸려 복잡해질 수 있으니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다. 이 점을 한국에도 비추어 생각하니 뭔가 낯선 느낌만은 아니었고, 이념을 막론하고 비슷한 역사의 단면을 마주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두 곳을 모두 돌아본 후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같은 대상일지라도 충분히 온도차를 둘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간첩들이 판을 치는 상황 속 당사자 혹은 간첩과 관련된 과거의 유산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전제로 관람객들의 흥미를 끄는 방식이 전자였다면, 후자는 그것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딱딱한 동시에 개인에 따라 불쾌감까지 느끼게 하는 방식이었다. 어느 쪽이든 나에게는 모두 의미가 있었고, 동시에 후자와 관련된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금으로서는 다시 찾을 기회가 주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보완해서 더 진지하게 당시의 단면을 음미하고 유관 장소를 조금 더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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