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문은 옛 한양도성 중 일부로, 대표적인 4소문 중의 하나인 남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 바깥으로 이어진 곳 중 하나가 현재의 신당동이고, 조선 시대에는 시신이 많이 나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민간에서 귀신의 존재를 믿었던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광희문 바깥에는 많은 무속인들이 거주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광희문과 가까운 옛 도성 구간 내에도 자세히 보면 있고, 신당동 주변에도 신점으로 표시된 곳이 적지 않다.) 그러하였던 신당동은 19세기 말에 들어서 행정구역의 개편을 거쳤고,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인 1950년대에는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해졌다. 졸지에 귀신집이 새로운 집으로 개편되고 다시 매운 맛이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한양 도성이 있던 옛 성곽길을 걷다 보면 높은 지대에 있는 낮은 건물들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역설적인 단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역설적인 단면이 선사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뿐더러 단순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풀어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도성 영역 내부나 주변으로 높은 곳에 있는 건물들의 높이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그리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고 유복하지 않은 사람들이기 쉽다. 심지어 길은 좁고 가파른 언덕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넘어서 흉물스럽고 위생적으로도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 정리 대상으로 비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별로 특별해 보일 것 없는 공간과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고 볼품없지도 않다. 바로 이런 척박해 보이는 공간 속에서도 사람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인 셈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삭막한 고층건물의 숲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더 트인 광경을 보고 특유의 분위기에 취하는 소위 '힐링'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풍경이 있는 집에 눈이 밟혔고, 비교적 조용한 거리에서 트인 광경을 보며 잠시동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옛 도성 내의 지대가 높은 곳들은 전혀 더럽거나 위험한 공간이 아니라고.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고, 때로는 우리 스스로를 쉬게 하고 치유할 수 있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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