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일을 하면서 중앙일보 대학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죠. 가끔씩 취업 자소서 일을 병행하면서 대학의 서열은 여전히 취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입에서는 내신이 부족할수록 자소서로 뒤집으려는 학생들을 만난다면 취업 자소서 시장에서는 자소서로 학벌을 뒤집으려는 학생들을 종종 만납니다. 전문가로서 전자는 불가능, 후자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사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 이상의 스펙과 스토리는 없는 것이 엄연한 진실이니까요. 학벌 사회만큼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한국 사회에 뿌리 박힌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중앙일보 대학 평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인데요, 일단 저는 수시와 정시의 입결(학생부 종합은 커트라인이 존재하지 않지만 대략 졸업한 고등학교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여부와 내신 성적을 알면 대력적인 커트 레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22년도 중앙일보 대학 평가가 소위 말하는 대입 서열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일단 2022년도 정시에서는 연세대에서 핵 펑크가 일어나 연세대 입결이 서성한은 물론 이화여대보다 낮았습니다. 그렇다고 1년의 결과를 갖고 연세대가 5~6위권 대학으로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죠.
22년도 중앙일보 평가는 서연성한고 순으로 아마 내일쯤 고려대학교가 반박 자료를 발표할 것 같은데, 소위 말하는 서연고서성한과 조금 다릅니다. 서강대는 경희대나 중앙대나 동국대 등에도 밀린 12위입니다. 아마 의대가 없고 공대가 약한 것이 한 이유가 되겠죠. 중앙일보는 4 가지 부문에 33 가지 기준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교수 연구, 교육여건, 학생 교육, 평판도 등 4 영역입니다. 아마 일반인들에게는 평판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는 학생 교육이, 대학이 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수 연구가 더 중요할 수 있겠죠.
성균관대의 약진은 취업률이 포함된 평판도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듯하고, 건국대의 약진은 취업률과 학생 교육 양면에서 두드러진 성장 때문이라고 중앙일보는 분석했습니다. 실제 입결에서 이과는 건대가 공대 캠퍼스가 수원에 있는 경희대를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수준입니다. 건대는 수의대를 활용한 생명과학 특성화학부 쪽에서 강세를 보여 왔죠. 실제 제가 입시에서 일하고 있는 18년 동안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대학교가 건국대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학부모 세대와 학생 세대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학이 건국대입니다.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드러나지만 지방대의 몰락은 정말 심각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부산대가 세종대 밑입니다. 실제 정시 입결에서도 그렇습니다. 부산에서 부산대를 나온 학부모는 프라이드가 정말 대단한데, 자신이 나온 학교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서울의 사립대에 밀린다면 거의 기절초풍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위권에서는 경기대가 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가장 낮고 심지어 선문대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오는데, 정시 입결로 보면 전남대 전북대 등에 앞서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국대가 예전에는 건동홍급의 대학이었는데 중앙일보 평가라는 관점에서는 하위권으로 선문대보다 한 계단 위라는 점도 기성세대에게는 충격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남덕우 부총리를 포함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명인들도 정말 많이 나온 학교죠.
또 하나 사실은 베스트 10의 대학은 모두 의대가 있는 대학이고, 지방 사립대로 평가받는 순천향대와 건양대가 순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보면 의대가 대학 평판이나 대학의 위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건대는 의전원을 고수하다 지난해부터 학부에서 대학생을 뽑습니다. 이공계에 상위권이 몰리고 의대는 여전히 그중에 최상위권 학생들을 독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대학 순위에서 의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도 컸고 앞으로도 커질 것을 예측할 수 있죠.
입시 설명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부한 대학 교수님들이 라이벌 대학들을 노골적으로 폄하하면서(서울대만 제외) 자신의 대학들을 자랑하는 것을 자주 보면서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한국이 학벌 사회가 아니었다면 세계 10위 안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학벌 사회는 분명 다른 모든 것처럼 양지와 음지가 모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