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날 주가는 1.27% 떨어져 17개월 최저치를 기록하며 2610.81로 마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는 극히 부정적이어서 부동산 투자자 중에서 다주택자는 투기꾼으로 매도하기도 했죠. 그러나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호적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저금리로 일시적으로 형성된 유동성을 부동산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인위적인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러나 지난해 여름을 고비로 주식은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1년 가까이 하염없이 떨어지면서 제 기억에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비해 그리 오르지 않은 2600 대 초반으로 5년을 마감했습니다. 제 기억에는 문정부 취임 당시 주가는 2500 선 언저리였던 것 같은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5년 동안 주식 투자자는 돈을 벌기보다는 까먹었다는 이야기가 되죠. 2017년과 2018년은 그럭저럭 좋았는데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일본이 우리에게 경제 전쟁을 걸어오면서 2019년은 심각한 하락장이었고 그 하락장이 코로나를 맞아 더욱 증폭되는 듯 하다가 2020년 4월 금리 인하로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2021년 여름 3300까지 치솟았다가 전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한 참담한 지수로 5년을 마감했습니다.
정말 뜻대로 안 되는 게 주식이라는 생각은 투자자들 뿐 아니라 정치인 특히 여당 정치인들이 할 것 같아요. 2020년 같은 강세장이 재현되면 동학 개미들은 더욱더 흥이 났을 것이고 정말 신나게 구 여당(현 야당)을 지지했겠지요. 만약에 주식의 상승장이 작년 여름부터 꺾이지 않고 계속 상승했다면 아무리 부동산 정책으로 표를 깎아 먹었어도 5년 만에 정권을 허탈하게 물려주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경제 때문에 정권 교체라는 국민이 내려 준 사약을 먹은 셈입니다.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명분 하나만으로 진보 세력이 집권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미국처럼 경제가 대선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접어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부동산을 제외하고 지난 정권이 욕을 먹을 만한 일들이 전 정권들에 비해서 많지는 않았거든요. 우리는 보수와 진보가 세력이 엇비슷하고 중도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정권을 교체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공화당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보다 훨씬 더 많은 프리미엄을 보수가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 숫자를 비롯. 보수 세력은 74년 중 59년 앞으로 5년을 더하면 64년을 집권하고 진보 세력은 15년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번 정부가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을 6%까지 떨어뜨렸던 IMF 같은 경제적 재앙을 불러온 것도 아니고 사상 초유의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탄핵까지 갔던 박근혜 정권의 무능력을 보여 준 것도 아닌데 국민들은 보수세력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로 진보 정권을 평가하는 경향이 이번 선거에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임기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면 상반된 경향성이 보입니다. 한국은 단임제여서인지 대통령 임기 초반에 주가가 오르고 말년에 가면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집권 3년 차 즉 재선을 위해 대선에 맞춰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죠. 그레야 현역 대통령이 재선 될 확률이 높아지죠. 지금 이대로 미국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면 앞으로 2년 뒤 선거에서 민주당의 바이든이 연임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질 겁니다.
동학 개미 운동 등 주식 투자자들이 신났던 시절은 2020년과 2021년 여름까지 잠깐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89년과 88년의 단군 이래 최대 호황, 98년 IMF 위기 극복 후 벤처 열품으로 급등한 시기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역설적으로 찾아온 강세장 등 세 번 정도 부동산을 이겼고 나머지 시기는 부동산 시장에 밀렸던 것 같아요. 박경리 선생의 ‘토지’니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등 현대문학의 대표작들을 보면 우리 국민은 자본주의 이전부터 땅에 대한 사랑을 지녀 온 땅의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5년 동안 집값이 오른다는 전문가도 있고 이웃 일본처럼 폭락이 온다는 전문가도 있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주식에 친화적이었던 정부도 결국은 부동산 불패 주식 필패 신화를 못 깬 것을 보면 역시 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