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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Jan 17. 2023

부동산 이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학군 외에 없다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직방에 따르면 2022년 지난 4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22건이었다고 합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수치입니다. 거래 절벽도 아니고 이 정도면 로빈후드에서 게임스탑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른 것처럼 직방의 매수 버튼이 사라졌다고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뚝 떨어졌는데 그때가 월 4200건 정도였습니다. 그때보다 10분의 1이라나 도대체 뭔가요? 놀라운 사실은 아파트를 손절한 사람이 이렇게나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322명 중 자신이 산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판 사람이 60%가 넘었습니다. 주식이야 손절이 워낙 흔하고 대다수 개미들은 손해 보고 파는 게 다반사죠. 오죽하면 이런 유머가 있겠습니까? 주식으로 1억 원을 벌고 싶으면 간단하다. 2억 원어치 주식을 사라. “ 그런데 주식 시장을 이렇게 비웃던 부동산 투자자들이 손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투자자들이 대거 손절에 나섰다는 사실은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면서 저도 처음 겪는 일입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도 부동산이 하락장이었지만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듯싶습니다.  

하박으로 더 유명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경민 교수를 포함해서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집값 바닥이 아직 멀었으니 절대 집 사지 말라고 강력 경고를 합니다. 앞으로 4년 내내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는 사람도 김경민 교수 한문도 교수 그리고 미래에셋 이광수 위원까지 절대적 다수입니다. ‘부동산 투자의 정석’을 쓴 김사부 작가 정도만이 1~2월 바닥으로 3월에는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예외적인 전망을 합니다.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의 저자 이현철 소장은 이 두 진영 사이에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고요.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일단 금리가 꺾일 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2023년으로 예상된 금리 3.5%가 이미 2022년에 도착했다는 거죠. 미국 물가가 잡혀 CPI가 예전처럼 2% 대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미국 연준은 금리 인하를 멈출 리가 없고 미국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국 금리는 올해 내에는 절대 떨어질 리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죠.

또 한 가지 이들이 하락장이 계속된다고 보는 근거는 사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거품론 때문입니다. 특히 2020년 유동성 장세로 영끌족이 끌어올린 부동산 가격은 그 자체가 거품의 끝판왕이었으며 평당 1억이 아니라 2억 원을 넘긴 강남 서초 아파트도 무사할 리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김경민 교수의 책에 보면 아파트 상승은 강남부터 시작해서 송파 분당 노원 등으로 순차적으로 오르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두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미 왕창 오른 강남은 적게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오른 노도강의 하락폭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이치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사람이 사고파는 거라 수급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가격이 오를 때 급매수하게 되고 가격이 하락될 때 급매도하려고 합니다. 즉 2020년도까지 시장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영끌하려는 3040들이 비싸지만 사겠다는 의지로 시장에 참여했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장은 급변해 더 떨어지게 전에 팔겠다는 상황이 도래했죠. 주식 시장과 똑같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추격 매수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폭락이 두려워 미리 팝니다. 떨줍올팔을 해야 돈을 버는데 올줍떨팔을 하고 있으니 주식으로 돈 벌기가 어려운 거죠. 부동산은 하락기에도 대처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이사 가지 않고 살면 되니까요. 주식처럼 폭락과 폭등의 사이클이 덜 찾아오지만 기본적으로 위험 자산인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현재 부동산 하락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집을 파는 사람들의 나이가 5060으로 이들은 이미 자녀 교육을 마친 상태라 학군 때문에 강남 대치동이나 분당 목동 중계동 등에 머물 필요가 없어진 탓입니다. 이들이 마구마구 매물을 쏟아져내기에 아파트 하락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는데 여기서 강남불패 신화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강남은 실거주자들이 이 하락장에 집을 갖고 계속 살 자세가 준비되어 있는 곳입니다. 거래는 안 되지만 매물도 덜 쏟아져 나오는 그런 상황이죠. 그런데 중계동을 포함한 노도강은 매물이 폭증합니다. 2030이 영끌 한 이유가 자녀교육이라는 토끼도 잡고 시세 차익이라는 토끼도 잡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는데, 마음이 바뀐 거죠. 중계동 아파트를 포기하면 의정부나 구리 시로 가야 합니다. 교육을 포함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탈출하는 건 공포 때문입니다. 

즉 2030이냐 5060이냐에 따라 아파트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렇게 다르기에 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은 유달리 떨어지고 있으며 김경민 교수의 걱정 대로 노도강이 가파릅니다. 그 한복판에는 2020~2021 영끌해서 노동강에 진입했던 2030이 있는 거죠. 주식 투자에서도 경험이 필요하듯이 2030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하락장을 경험했던 5060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제가 지금은 팔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상급지로 힘들게 이동했다면 일단 결과를 볼 때까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치솟는 금리 때문에 이자 부담으로 당장 집을 팔아야 할 상황이라면 이런 조언이 귀에 들어올 리 없겠지만 2월 서울대 정시 결과가 발표되면 소위 명문학군이 정시 40%에서 얼마나 성공했는지 만천하에 공개될 것이고, 2월 중으로 발표될 정부의 내신 절대 평가 확정안은 그동안 내신 때문에 수시를 포기했던 강남 및 명문 학군에 날개를 달아줄 겁니다. 그러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사부 작가가 입시 전문가는 아니지만 2월까지 기다려보면 다른 추세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점은 입시전문가로 저는 이 두 가지 변수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군은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아파트 가격의 반등세를 이끌 마지막 구세주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습니다. 대한민국 아파트는 사실 학군이 끌어올렸던 거죠. 그러나 학군 관련 교육 뉴스로 한국이 들썩거리는데 여전히 거래량이 바닥이라면 결국 김영익 서강대 교수의 이 말이 진리라는 게 증명이 되는 셈입니다. 

“부동산이 떨어질 때는 연착륙이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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