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사들이 OECD 1위라는 기사가 있었지요. 출처는 의협이 고소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지속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한 연구 기관입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라는 자료는 지금도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 연평균 임금은 2억 3069만 9494원이고, 이어서 치과의사 1억 9489만 9596원, 한의사 1억 859만 9113원, 약사 8416만 1035원, 한약사 4922만 881원, 간호사 4744만 8594원 순이었습니다. 의사의 경우 개원의 2억 9428만 2306원, 페닥이라고 불리는 봉직의 1억 8539만 558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연봉이 6000 만 원 대이니 개업의는 네 배를 벌고 있고, 페닥은 3배를 더 벌고 있는 셈입니다. 대한민국 사교육이 초등부터 의대 몰빵 사교육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 액수 차이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의사는 웹 툰 작가나 연예인처럼 잘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이 극단적인 차이가 있고 일부 초고소득자가 평균 연봉을 끌어올리는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야말로 평균 연봉이 높고 미래의 안정적인 직업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학부모가 닥치고 의대를 외치는 상황이 온 겁니다.
일반인들은 이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벌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개업의라면 탈세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의사들의 주장은 조금 다릅니다. 망해서 폐업하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으며 망할 때 모든 책임은 개업의가 지기 때문에 그 리스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일부에서는 개업의가 개업을 할 때 보증금 인테리어 인건비 모두 개인 의사 책임이기 때문에 폐업에 대한 리스크 그리고 영국처럼 의사가 공무원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의사들은 병원을 그만 두면 연금도 없고 의지할 데가 업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30년 이상 공무원으로 봉직하면 제가 듣기로는 거의 1억 가까운 돈을 나머지 여생에 해마다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제도는 없죠.
그리고 의사들의 노동량을 생각하면 절대 많이 버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합니다. OECD 국가 의사들보다 3배나 많은 환자를 보고 개업의들 중에 상당수는 간호사 월급을 주려고 주 6일 근무는 기본이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일하고 야간 진료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이 전에 주식 투자를 잘한다고 글을 올릴 적이 있는데 그들이 본업 외에 주식 투자에 해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여유가 아닌 절박함 때문일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이 보기에는 의사는 이미 충분하며 해마다 쏟아져 나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3058명에서 1700명을 더 늘리면 이들이 개업의 시장에 뛰어들어오는 10년 뒤면 공급의 폭증으로 정말 의사들은 간호사들이나 직원 월급 주느라고 밤 새 일해도 모자랄 거라는 걱정들을 합니다. 턱없이 낮은 수가와 책임 때문에 비보험인 피부과 성형외과나 성형 안과에 더욱 몰릴 거라는 주장을 합니다. 미국보다 거의 10분의 1의 비용만 국민이 내고 미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에는 거의 착취나 다름없는 주 80 시간의 전공의 노동 그리고 월화수목금금금을 일하는 개업의들의 노동이 있었기 때문인데 언론이나 일반인들은 그런 노력들을 몰라주고 의사에게 부자 프레임을 씌워 집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으로 들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피해망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대 증원이든 의사 총파업이든 결국은 돈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너무 드라마에서 미화된 낭만닥터 김사부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되죠. 의사에게 사명감은 필요하겠지만 사명감은 그에 맞는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있어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료 민영화로 갈 생각이 없다면 민영과 공공의료 중에 어느 쪽도 아닌 한국의 의료 사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게 답이라는 생각입니다. 한쪽에서는 의료를 서비스로 보고 한쪽에서는 복지를 붙입니다. 서비스로 보면 국민이 돈을 내는 것이고 복지로 보면 국가가 돈을 대는 거죠. 정말 우리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원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좌든 우든 의료는 복지로 갈 수밖에 없어요. 국민 여론의 90%가 의대 증원을 원한다는 여론 조사는 의료가 제발 복지 영역으로 남아 달라는 뜻이죠. 이제는 대한민국이 복지냐 서비스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