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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세대의 깡통에 대한 두려움, 2030은 이해나 할까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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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는 재테크 그중에서 특히 주식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관심이 정말 많이 준 것 같습니다. 난생처음 만나는 박스피와 박스피를 뚫고 수직 낙하하는 약세장이 너무나 낯설고 무서울 겁니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이미 주식을 하고 계신 분들 외에 새롭게 주린이로 진입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4050 중에서 회사를 그만둔 은퇴자들 중에서 여전히 돈을 버셔야 하는 분들 중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40 특히 50을 넘기면 한국 사회처럼 나이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재취업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단 고민은 할 겁니다. 그들에게는 현실은 20대보다 훨씬 더 냉혹하기 때문입니다. 돈 버는 것뿐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지옥이 되어버리는 자영업 아니면 퇴로가 없는 투자자의 길일 거예요. 투자자의 길은 둘로 나뉩니다. 투기꾼이라고 욕을 먹으며 세금 걱정을 해야 하는 부동산 투자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와 스트레스는 부동산보다 훨씬 크지만 밑천이 적어도 할 수 있는 주식을 본격적으로 배워 전업 투자자가 될 것인가죠. 그런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세 번째 선택지를 다들 피하시고 싶을 겁니다. 자영업보다 더 한 지옥이 주식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는 중이죠.

나이 들어서 주식을 시작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깡통계좌에서 배우는 경험의 기회가 사실상 차단된다는 점입니다. 20대는 깡통계좌를 몇 번씩 차도 재기할 수 있지만 50대에 차는 깡통계좌는 그날이 바로 한강 다리 행이 될 수도 있는 그 절박함을 20대와 30대는 모를 겁니다. 그런데 예외 없는 법칙 없다고 50대 은행원으로 정리 해고된 전업투자자가 쉰이 넘어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본 뒤 11번의 깡통계좌를 찼고 드디어 수입을 내기 시작해 2021년 기준 한 달에 1억씩 벌며 그 과정을 책 ‘종목 선정 나에게 물어봐’를 쓴 경우도 있습니다. 그분은 깡통계좌를 그렇게 많이 차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차트 읽는 기술입니다. 무려 5만 장의 차트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 이를 수익률로 연결시킨 거죠. 그런데 이는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저도 그동안 수많은 투자자들을 실제로 만나 보았지만 쉰이 넘어서 주식을 시작해 성투한 경우는 이 분 외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분의 책만 읽은 상태라 정말 기본적 분석 없이 차트만으로 이렇게 돈을 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5만 장의 차트를 본다고 잔액 0의 계좌가 월 1억 흑자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세력들이 판을 치는 나라는 차트의 맹신을 조심해야죠. 그들은 정배열 장대 양봉에 골든 크로스까지 마치 포샵질을 하듯이 예쁘게 차트를 꾸며 호객한 뒤 고점에서 주식을 넘기고 빠져나오죠, 기술적 분석 좀 할 줄 안다고 차트를 맹종하며 투자를 결정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차트만 잘 골라 단타로 떼돈을 벌 수 있었다면 그 좋은 주식을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이 왜 안 했겠습니까? 실제 우리나라 증시는 차트를 모르는 사람들, 차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깨지고 고통받습니다. 고통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제일 평등한 시장이죠.

주식 시장은 차트분석이든 내재가치 분석이든 분석만으로 절대 되는 투자처가 아닙니다. 그러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다 부자가 되었겠죠. 그분들이 왜 쉰이 넘어서까지 증권사에서 월급을 받고 그 일을 계속하겠습니까? 주식으로 돈 벌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입니다. 누구 말 대로 주식 시장은 과거의 것이 반복되기도 하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정량적 가치투자자로 30년간 연평균 22%의 수익률을 올린 대가 중의 대가 하워드 막스가 말 한 대로 지금의 위기는 난생처음 보는 위기가 확실해 보입니다. 년간 수백 만 명이 죽은 팬데믹의 유행, 미친 독재자의 전쟁, 세계 경제 두 파워의 극한적 대립, 고속으로 치닫는 물가와 유가, 주가가 떨어지는데 역으로 채권 가격도 하락하는 세상 등 투자 경력 30년의 그도 처음 겪는 위기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죠. 즉 하워드 막스가 이렇다면 앞으로의 주가 향방은 아무도 못 맞힌다는 거죠.

요즘 유튜브를 보면 눈물 없이 못 볼 사연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장사로 돈 버는 게 너무 힘들어 주식을 시작했더니 처음에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번 50대가 있습니다. 300만 원으로 투자를 지작해서 1800만 원으로 늘렸습니다. 여기서 멈추었다면 해피 엔딩이 되었겠죠. 투자금을 늘렸다가 잘못되기 시작했더니 전 재산 다 날리고 빚만 2억 원을 지고 집을 나와 고시원 신세를 진 50대들의 주식 체험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음봉과 양봉 구분도 못 하고 주위 사람들 추천받고 자기 판단이 아닌 남의 판단으로 주식을 산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결국 오십에 하는 주식은 이십에 하는 주식과 달리 깡통계좌 찰 것을 적극 걱정하면서 안정적으로 생활비 이상을 벌 수 있는 배당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랬다가는 진짜 집 날리고 파산할 수 있다는 걸 늘 명심해야죠. 차트 콩부는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꼭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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