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열었다.
화장대 서랍 속, 굳어버린 마스카라와 딱딱하게 변해버린 아이라이너, 기한이 지난 립스틱.
한때는 나를 더 빛내주겠다고 곁에 두었던 것들이다.
옷장은 계절마다 바뀌는 유행을 따라가느라 숨 쉴 틈이 없고,
싸게 샀다고 쌓아둔 생필품들과 냉동실에 잠든 식재료들,
신발장 속엔 발 한 번 대지 않은 신발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하나씩 열고,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며 문득 깨달았다.
왜 이토록 많은 것을 사두고, 쓰지도 않으면서 아껴만 두었을까?
왜 이렇게 욕심을 품고 살았을까?
내 삶은 언제부터인가 '더 많이'를 외치며 끝없이 채우기만 했다.
채울수록 욕망은 더 자란다.
“더 줘, 더 채워, 아직 부족해.”
결국 욕망은 나를 삼키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없다." – 마리 콘도
비우면 비울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버리면 버릴수록 나는 자유로워진다는 걸.
그리고,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이 배가된다는 것을.
오늘 나는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며, 오래된 감정도 함께 내려놓는다.
비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묵은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한다.
순환하자.
다시 채우기 위해, 더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해.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