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머니의 침묵 속에 숨겨진 사랑

by 글림

어제 할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안 좋으신 거예요.

"할머니, 왜 이렇게 목소리가 안 좋으세요?"

"어... 아침에 조금 먹은 게 체했나 봐... 괜찮아, 에고."

괜찮다고 하셨지만, 할머니의 목소리가 너무 힘없고, 안좋으셔서 바로 달려갔습니다.

종종 자주 찾아뵙다 보니, 현관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어요.

얼른 눌러서 들어가 보니, 할머니가 정말 안 좋으신 얼굴로 누워 계셨습니다.


danie-franco-A6O7pgc7vH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Danie Franco


"왔어? 에고, 어지럽고 울렁울렁 거리고 힘들어."

"할머니, 얼른 병원부터 가요."

급히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급체하신 거라고,

약을 먹고 푹 쉬시면 괜찮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안도했어요.

그 후, 한의원도 들려 찜질하고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으시더니

한결 좋아지셨습니다. 저도 간 김에 함께 받으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해졌어요.


그날, 할머니 친구분들이 안부 전화를 많이 주셨는데, "손녀딸이 아프다니까 병원에 왔어" 하시며

자랑하시더라구요. 병원도 자주 가시는 단골이시다 보니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께도 자랑과 칭찬을 해주시며 흐뭇해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뵐 때마다 점점 아프신 곳이 많아지고,

할머니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할머니가 아프신 이유는,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삼촌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기 때문이에요.

아직 젊고 멋지신 삼촌께서 할머니 앞에서는 괜찮은 척 하셨고, 그 모습을 보며 점점 말라가시고,

밥도 잘 못 드시는 모습에 표정이 많이 어두워지셨던 기억이 났어요.

할머니는 이제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셨고, 그 후 급체가 나셔서 아무 말도 없이 혼자서

끙끙 앓고 계셨던 거죠.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가족들이 각자 일하고 바쁘다 보니, 더 이상 걱정시키고 싶지 않으셨던 마음이었겠죠.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그저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차오릅니다.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할지, 그저 옆에 있어 드리는 것만으로도 할머니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사랑은 때로는 말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라 대스-


삶이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가족이랑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추억을

많이 남겨야겠다 생각이들었습니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억보다 강한 습관, 기록이 내 삶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