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탐욕의 민낯

by 글림 Mar 19. 2025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가 된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참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있었다.
살짝 나이가 내가 더 많았지만, 친동생처럼 여겨졌고, 진심으로 잘해주고 싶었다.


대화도 잘 통했고 재미있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나는 자연스럽게 헌신적으로 변하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독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직접 요리한 반찬을 챙겨주고,

어느 날은 커피를 사주고, 어디를 다녀오면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도 잊지 않고 챙겼다. 내가 조금 더 나이도 있고,

그냥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동료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잘해주지 마. 이런저런 이야기도 자세히 하지 마."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때부터 나는 그 동료를 자세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그녀는 회사의 윗 상사와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
퇴근 후에도 개인적으로 통화를 하고, 주말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상사는 유부남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는 묘하게 가까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업무적으로도 유독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었다.

그 동료는 연차나 휴가를 자유롭게 쓰고,
법인 차량을 이용하고, 법인 카드를 손에 쥔 채 다녔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이 관계 속에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그래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곧 감지되었다.


사진: Unsplash의Ivan Kazlouskij사진: Unsplash의Ivan Kazlouskij


"어디 갔다 왔다면서요? 제 선물은요?"
"어제 맛있는 거 드셨다면서요? 제 건요?"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챙겨줬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한 권리처럼 요구로 변해 있었다.

처음엔 괴로웠다.
이게 질투일까? 내가 문제인 걸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점점 주눅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점점 더 자신감이 넘쳤다.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침묵했다.
작은 회사였기에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괜한 시샘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를 갉아먹지 않도록 방어선을 쳤다.
그러자 그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살살 긁으며,
누군가에게서라도 무언가를 얻어내려 애썼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탐욕에 사로잡힌 채,

누군가에게서 무엇을 얻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습이.

회사에서 단체 여행을 가면 남자 직원들에게 달라붙어
"이거 사주세요, 저거 사주세요."
새로운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돈 좀 빌려줄래요?"
장난처럼 말을 던지지만,
그 속뜻은 너무나도 뻔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변한 걸까, 아니면 내가 그제야 그녀의 실체를 본 걸까.

예전의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탐욕이 가득한 모습만 남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조차 모르는 것일지도.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나눌 말도, 나눌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탐욕은 끝이 없고,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 – 세네카


그녀는 상사와 사이가 멀어진 건지,

안 좋은 건지, 퇴사한다 했다가 

다시 다닌다고 했다가,

그러다 다시 퇴사를 하고 영원한 

안녕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가질 수 없는 것에 탐을 내거나

만족을 모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망치고

욕심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 같다. 


지금은 그녀도 그 회사도 볼일이 없지만


나는 나대로 지나친 배려를 

상대방에게  진심 어린 호의가 

상대를 잘못 만나게 되면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의 사계절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