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나를 다시 만나다
예전엔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마음을 꺼내 보이는 글 같은 건 내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저 하루를 견디는 사람이었다.
마치 세상에서 나 혼자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고, 늘 지쳐 있고, 짜증과 불만을 달고 살았다.
그 마음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로 돌아갔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나만 알아달라고 외치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렇게 마음이 닫히니, 세상도 내게 등을 돌린 듯했다.
불평은 불만을 낳았고, 의미를 부여하기엔 내 일상은 너무 피곤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작은 종이 뭉치가 나를 깨웠다.
내가 얼마나 나 스스로를 가두며 살고 있었는지,
얼마나 내 곁 사람들을 지치게 했는지를 알게 됐다.
나는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내가 나에게 너무 인색했다.
어항 속 금붕어처럼 안전한 물속만 맴돌며,
바깥세상의 넓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
그러다 책이, 상상만으로도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줬다.
좋은 문장을 형광펜으로 칠하고, 메모장에 옮겨 적고,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마음의 노트들이 어느새 내 방 책장을 가득 채우게 됐다.
전자책으로도 읽고, 도서관에도 가고, 읽을수록 더 좋아졌다.
책 욕심도 많아졌다. 때론 감당이 안 될 만큼.
그래도 책이 가득한 집이, 그 자체로 멋스러워졌다.
그러다 문득,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풀고 싶었다.
세상에 흔하지 않게 감정에 민감한 나이기에,
그 민감함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 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두 번 사는 일이다.
한 번은 살면서, 또 한 번은 쓰면서."
— 아나이스 닌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강의를 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감을 찾고자 게으름을 벗고 밖으로 나가고,
세상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조금씩, 천천히.
글을 쓰면서 더 하루를 선명하게 살아가게 된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