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케키의 합창

by 강쌍용

아이스케키의 합창


삼복더위를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자는 뭐니 뭐니해도 빙과류였다. 낯설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귀했다. 요즘이야 시쳇말로 널린 게 아이스크림이다. 슈퍼나 전문매장을 가면 별의별 종류가 다 있다. 입맛대로 고르면 되는 시대다. 섬에는 가끔 얼음 상자를 멘 아이스케키 장사가 들어왔다. 사각 아이스박스를 짊어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이스케키~” 라고 외쳤다. 이에 맞춰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의 채근질에 엄마는 진땀을 뺐다. 10원 남짓했을 아이스케키를 맛보기 위해 아이들은 온갖 방법을 궁리해 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물물교환이었다. 먼저 양파와 마늘 수확이 끝난 빈 밭을 훑었다. 미처 거둬들이지 못한 이삭을 줍는 것이다. 흙을 뒤지거나 단을 엮기 위해 자른 줄기 더미를 살폈다. 파헤치는 손끝에서 흙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어쩌다 이삭을 찾으면 개수를 채우느라 또 바빴다. 일정 수량이 되어야 교환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삭만 찾고 있을 수 없었다. 아이스케키가 다 팔리거나 막배를 타고 나가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이래저래 서둘 수밖에 없었다. 붕개 새미길로 양파를 손에 쥔 녀석들이 줄지어 내려왔다. 잔뜩 기대가 부푼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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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케키 ~”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맞받았다. “줘야~ 먹지.” 주거니 받거니 합창을 하며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엿장수가 쇠붙이를 수집했다면 아이스케키 장사는 농작물을 선호했다. 대부분 보리나 양파 내지는 마늘이었지만 마른고기나 갓 잡은 생선도 더러 있었다. 맞바꾼 물건이 제법 쌓였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벌써 주위를 맴돌았다. 모은 짐을 부두로 날라주면 아이스케키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야 했기 때문에 조무래기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성에 낀 아이스케키 박스는 뚜껑을 열 때마다 기화열로 수증기가 자욱했다. 한여름에 보는 얼음이 참 신기했다. 삐져나온 냉기를 쐬 보려는 녀석이 모가지를 들이댔다. 별난 놈의 대가리를 아이스케키 장사가 몇 대 쥐어박았다. 호들갑을 떠는 녀석의 엄살이 흙담을 넘어 닷줄이 할매 마당까지 넘어갔다. 양파를 든 마지막 한 무리가 도착했다. 낑낑거리고 오느라 이마에 땀이 진창거렸다. 늦게 온 만큼 양도 많았다. 아이들이 부러운 듯 와! 하고 몰렸다. 한입 얻으려는 아부가 요란했다. 간당간당 떨어질 뻔한 아이스케키를 받아쥔 아이들은 기뻤다. 소란이 궁금했던지 밀잠자리 한 마리가 어느새 곁에 앉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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