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까만 등짝에 흰 어룽이 졌다. 아무렇게 그어진 실금을 따라 벌겋게 살갗이 익었다. 목덜미는 검다 못해 아예 숯가루로 분칠을 해 놓은 것 같다. 반질반질 팔뚝에 핀 소금간이 강한 직사광선에 한껏 달아올랐다. 뜨거운 모래밭 열기를 깔고 앉은 녀석들의 엉덩이에서 마른 아지랑이가 피었다. 썰물로 멀찍이 밀려난 해안선에는 파고도 없는 잔물결이 일렁거렸다. 그때마다 탁한 거품이 일었다. 곧 바닷물이 밀려올 태세다. 덩그러니 밑창을 들어낸 댄마(작은 목선)가 하릴없는 모야(배를 묶는 밧줄)를 붙들고 한쪽으로 기울었다. 바다풀을 매단 부이는 제 무게가 힘든 듯 수면을 들락거리며 부침에 바쁘다. 해가 중천에서 버섬 쪽으로 한참 기울었는데도 햇볕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중복을 지난 이맘때의 여름날은 뜨겁고 길었다. 출출한 배를 채우느라 캐온 잘피가 무릎만큼 쌓였다. 잘피 꼭다리를 입에 넣고 어기적거리면 감물 같은 단맛이 배어 나왔다. 한 겹 벗겨낸 잘피의 속살은 희고 부드러웠다. 바다가 선물한 여름풀의 진찬이었다. 허기는 이것으로 달랬다. 이때쯤 육지에서 손님을 싣고 오는 마지막 도선이 보였다. 딱히 올 사람도 없는 도선은 항상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이 마치 들고 나는 바닷물을 닮았다고 생각했다.저쪽 육지의 시루봉이 우뚝했다.
등짝의 허물이 서너 번 벗겨져야 더위가 물러간다고 했다. 걸음보다 헤엄을 먼저 배운 섬 아이들이 여름이면 반드시 맞이하는 통과의례였다. 종일 물과 뭍을 드나들며 벌거벗은 채 모래밭에서 살았다. 볕에 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손바닥으로 등을 밀면 허연 각질 부스러기가 바람을 타고 날았다. 꼭 날파리가 흩어지는 것 같았다. 심하면 등에 물집이 생겼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우면 쓰리고 아팠다. 쿤타킨테가 따로 없었다. 까만 얼굴에 드러난 희멀건 이빨이 우스울 정도로 괴기스러웠다. 눈동자를 굴리면 한쪽으로 쏠린 것 같은, 유독 크게 보이는 흰자만 드러났다. 휘둥그레 번뜩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프리카 흑인이었다. 등뿐만 아니었다. 허물은 팔과 다리 심지어 손등까지 몇 번씩 벗겨지고 아물기를 반복했다. 어른들은 살갗을 많이 태워야 실하게 큰다고 부추겼다. 까만 살갗에 새겨진 허물은 별난 녀석들의 여름 훈장 같은 것이었다. 일부러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허물을 감추어 준 것은 오히려 소금꽃이었다. 등에 묻은 간수가 마르면서 만들어낸 어룽이었다. 허물과 소금꽃이 동시에 핀 검은 등살 위로 바다새가 날았다. 어디로 날아가는 지 몰랐다. 밀려든 물에 어느새 배들이 떴다. 그 사이로 긴 여름 볕이 반짝였다. 해면에 비친 물비늘이 꼭 소금꽃 같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