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태미의 어린魚鱗
탱탱한 긴장감이 감돈다. 유연하고 날렵한 몸매와 달리 버티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걸려든 것이 억울하기라도 하듯 저항이 필사적이다. 배에서 씨루는 녀석의 이마에도 땀이 반질거렸다. 따가운 가을 햇살에 뱃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맨발로 딛고서면 발바닥이 뜨거웠다. 구부린 검지 위로 사선을 그은 낚싯줄이 팽팽하다. 고기의 거친 미동이 수면을 가로저을 때마다 작은 거품이 일었다. 타락에 버틴 발에는 고무신 자국이 선명했다. 햇볕에 탄 발등이 검정 고무신처럼 새까맸다. 신발 속에 묻혔던 발가락만 겨우 했꼼 했다. 적당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낚싯줄을 당기는 녀석이 다시 힘을 냈다. 낚시를 물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고기의 저항도 그만큼 만만치 않았다. 아직 풀죽은 기미가 없다. 지켜보는 아이들도 훈수 들기에 바빴다. “야, 줄을 조금 풀었다가 다시 당겨라.” “아이다. 그대로 버티다가 바로 당겨야 한다.” 백가쟁명으로 뱃전이 요란했다. 갯바위에서 장대 낚시하던 아이들도 제 낚시는 뒷전이었다. 이 흥미 진지한 대결을 지켜보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 잡은 노래미가 뜨거운 볕에 뒤틀리며 아무렇게 말라갔다. 끼룩거리며 날던 갈매기 한 마리가 가까운 해면에 사뿐 내려앉았다.
댄마(작은 목선)를 물에 띄울 때부터 설렜다. 조무래기들이 하는 시시한 장대 낚시가 아니다. 자사(얼레)에 감은 심을 스무 보 이상 푸는 줄낚시였다. 닻을 놓아 배를 고정하지도 않았다. 아래 꼬장섬과 붕개 큰 여 사이에 배를 띄우면 조류를 타고 천천히 흘러갔다. 물살이 없을 때는 노를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배의 속도를 적당하게 유지하며 고기를 유인하는 것이다. 들고 나는 물때를 맞추는 것도 아주 중요했다. 짙은 살 색을 띤 유선형의 매태미는 참 잘 생겼다. 비늘이 굵고 두터워서 건져 올리면 사방으로 튀었다. 팔뚝만 한 것이 걸리기라도 하면 그 무게감이 대단했다. 아이들 낚시를 하찮게 여기던 아버지도 그때는 만족해하셨다. 풀이 세고 끈질겨서 녀석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낚시가 그렇듯 건져 올리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해면을 박찬 매태미가 모습을 드러내면 모든 아이가 환호를 질렀다. 비길 데 없는 뿌듯함이었다. 펄떡이는 매태미는 어찌할 수 없는 체념을 쓸어내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파닥이며 쏟아놓는 어린魚鱗은 눈이 부셨다. 마치 가을빛 받은 윤슬의 반짝임 같은 것이었다. 그 빛나던 어린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