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가리

조기 청소

by 강쌍용



말똥가리




토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비상 종이 울렸다. “땡땡땡땡땡” 아직 한창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다 말고 어머니가 먼저 애들을 깨웠다. 날도 밝기 전이다. 동생들도 따라 일어났다. 헛간과 변소를 뒤져 빗자루를 찾는다고 어수선했다. 싸릿가지를 묶어 만든 댑싸리 빗자루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또 한바탕 난리를 쳤다. 앞집 쫑이 짖는 걸 보니 기점이도 일어난 것 같다. 새벽 한기에 움츠린 몸이 좀체 펴지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부스스하게 삽짝을 나오는 아이들의 하품에 짜증이 묻어났다. 농땡이를 치고 싶지만 꿈도 못 꿀 일이다. 무서운 6학년 담임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가자, 오빠야!” 따라 내려오는 기점이가 뒤에서 불렀다. 심쿵한 마음이 아침부터 뛰기 시작했다. 애써 태연한 척하느라 목이 뻐근했다. 기점이 손에 들린 몽당 빗자루가 운동회날 백군 선수 바통처럼 흔들렸다. 출석 확인을 마친 선생님이 대청소에 앞서 국민체조부터 했다. 호각 소리에 맞춰 마지못해 따라 하는 아이들 폼이 기이했다. 물에 빠져 흐느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장독대를 기어오르는 청개구리 같기도 했다. 선생님 혼자 열중했다.


빗자루2.png


사거리를 중심으로 마을을 네 등분으로 구분했다. 웃깍등(윗동네)과 아래깍등(아랫동네)으로 나누고 다시 좌, 우로 경계를 지었다. 이렇게 나누어진 골목길을 각 분단이 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모였다. 운동장은 함께 쓸었다. 선생님은 이때도 마을 길만 쓸고 도망가는 녀석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간혹 내빼는 녀석은 다시 불려 와 혼이 났다. 청소가 끝날 때까지 교단 위에서 원산폭격을 하거나 꿇고 앉아 팔을 들었다. 히말라야시다가 수북이 잎을 떨어뜨렸다. 한 움큼 모으면 바늘 같은 침엽수 잎이 손바닥을 찔렀다. 운동장 한쪽에서 자욱하게 먼지가 일었다. 바람을 등져야 하는 빗자루질을 용맹도 없이 바람을 안고 한 까닭이다. 녀석의 대가리에 서캐 같은 먼지가 허옇게 앉았다. 얼마나 몽당 빗자루로 삐 댔는지 쓸고 간 자리가 반질반질했다. 이쯤에서 벌쓰던 아이도 일어났다. 그렇게 도망가면 남은 사람이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선생님 말씀에 눈물이 났다. 꼭 안아 주는 선생님 가슴이 참 따뜻했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기점이가 물었다. “오빠야, 뭣땜에 벌 받았는데…?” 낯이 붉었다. 대꾸도 못 하고 바지 먼지만 털었다. 묏등 위로 말똥가리 한 마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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