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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04. 2023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

영화 [스턱인 러브]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모두의 심장소리도 들렸다.
 우리가 내고 있는 인간적인 소음이 들렸다.
 방이 어두워졌는데도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_레이먼드 카비의 단편집


글을 쓰려다 보니 소재에 대한 갈급함이 늘 있다. 지나쳐온 내 삶의 모든 것이 글쓰기에 좋은 스토리로 보이지만 생각만큼 기록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좋은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개인적으로 책 읽기 이외에 신문 스크랩을 잘 활용한다. 또한 영화도 나의 글쓰기 감성을 일으킨다. 최근에 만난 <스턱 인 러브>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로맨스'라는 홍보 카피보다는 오히려 '특별한 가족의 평범한 로맨스'라는 카피가 더 어울린다. 온 가족이 읽기와 쓰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버지는 이미 수많은 책을 낸 기성작가이고, 어머니는 늘 책을 읽으며, 큰 딸은 신인 작가이며 고교생인 아들 또한 작가 지망생이다. 모든 가족이 많은 책에 둘러싸여 있고 아버지는 자녀의 글쓰기를 섬세하게 멘토링도 해준다. 생각나는 장면 중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추수감사절 음식을 만드는 장면도 압권이다. 저런 집에서 태어나고 싶을 만큼 우리 자녀에게 그런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해 부러움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물론 이 집 아이들은 유명 작가인 아버지(윌리엄)가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갖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이 쓴 것 같지 않아서 싫다고 말하는 딸(사만다)은 아버지에게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이 쓴 소설을 출간한다. 아들(러스티)에게 작가가 되려면 연애 경험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아버지, 연애에 실패했을 때 그 상처를 보듬어 글을 쓰라고 권면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재미나다. 어릴 때 아버지와 분리되어 살았고, 두 분이 일찍 돌아가셔서 사랑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과거의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졌다. 글쓰기와 상담이 나의 시선을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글이 완성되면 간혹 남편과 딸에게 내 글을 읽어주며 의견을 달라고 한다. 단순한 느낌만 말하지만 그런 관심이 내겐 도움이 된다. 그동안 주로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평가해야 하기에 외로울 때가 많다. 글쓰기 모임에서 문우들의 합평을 들을 때 좀 더 내 글이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느낌이 든다. 윌리엄은 말한다. "나와 타인의 심장소리를 듣는 것이 글쓰기라고. 그걸 판독해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써내는 게 작가이다"


사실 영화 속 이 가족의 사랑의 모습은 복잡다단하다. 속담에 '먼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집이 없다'라고 하듯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전 부인(에리카)과 그녀의 새 남자친구가 싸우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윌리엄은 이렇게 독백한다. “한 편의 익숙한 시트콤을 보는 느낌이다. 쇼는 같고 남자 배우만 바뀌었다.”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이혼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아버지, 부모 이혼의 상처로 사랑을 부정하는 딸, 사랑을 하고 싶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가족'이라는 끈 안에서 발전과 퇴화의 변화를 겪는다. 추수감사절에서 성탄절, 성탄절에서 딸 사만다의 출판기념일까지, 그리고 다시 맞은 그다음 해 추수감사절까지. 영화는 특정 기념일을 기점으로 이들 사랑의 변화를 세 시기에 나눠 그려낸다. 이미 사랑에 갇혀버린 사람들이지만 애초에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는 딸의 삶을 무작정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지루한 잔소리만 내뱉는 엄마는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도 이런저런 욕심을 부리는 딸의 아우성에 그만 짜증이 났다. 사소한 마찰에 기운이 빠지지만, 이 가족의 사랑의 모습이 부족한 나의 사랑을, 결점투성이인 내 삶을 있는 그대로 꼭 끌어안는 법을 배우게 한다. 아직 한참 부족한 내 사랑의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대로 사랑하려 한다.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의 그런 삶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내 길 위에 빛날 찬란한 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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