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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Jun 18. 2023

식물로 정원에 그림을 그린 '후멜로'..

마음이 헛헛할 때 꽃을 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최근에 지인의 소개로 '후멜로' 정원 카페에 다녀왔다. 공주시로 가는 길, 시골마을을 찾아들어갔더니 고즈넉한 하얀 2층 건물이 보였다. 오픈한 지 2개월도 안된 카페이지만 다들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왔는지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정원에는 이름을 알 수도 없는 다양한 식물들이 고운 색깔과 자태를 뽐내며 조화를 이룬 채 피어있었다. 손님들이 쉴 수 있도록 정원에 이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강아지와 함께 오신 분들도 보였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더니 다양한 소품들을 이용해서 장식을 해놓았는데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해서 좋았다. 카페 창문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1층은 유리창문이 많았다. 창문 사이로 살랑거리는 하얀 커튼은 내부를 좀 더 포근하게  보이게 해 주었다.


아름다운 정원 하면 '타샤 튜더'작가님이 생각난다. 꽃과 동물, 자연을 존중했던 그녀는 동화 작가로도 유명했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버몬트 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 기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구기 시작한다. 지금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중의 하나가 되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했던 그녀는 우리에게 너도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타샤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신비한 아름다움을 보게 해 주었다.

마침 카페 사장님이 오셔서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정원 카페를 만들게 된 배경 설명과 식물들의 이름을 설명해 주셨다. 땅을 사신 후 정원을 만들고 싶어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때 만난 책이 '후멜로'정원이었다고 한다. '후멜로'는 네덜란드 시골마을로  정원디자이너이자 식물 전문가인 피트 아우돌프에 의해 알려졌다. 20대 후반 가든 센터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뒤늦게 조경 공부를 하게 되면서 1975년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정원은 전통 가드닝 방식에서 벗어났다. 곤충과 새들이 찾아오는 친환경 정원을 제시했다.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변두리 땅을 찾던 그는, 1982년 아내와 함께 후멜로(Hummelo)에 자신의 농장을 설립해 끊임없이 식물에 관해 실험했다. 무려 57,000여 개의 식물을 심었다고 한다. 그는 정원을 디자인할 때 우선 스케치로 시작한다. 큰 도면에 1:100 비율로 단계적으로 식물들을 심는다. 자연이 준 선물인 꽃들을 찾고 살리니 세상에서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되었다. 피트 아우돌프에게 가드닝이란 일종의 '약속'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만나리라 기약하는 것이다. 정원사의 역할은 이러한 식물 군락을 뒤죽박죽이 아니라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주목받은 까닭은 식물 디자인 감각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식물학자라면 식물의 구조나 특징에 대해 잘 알겠죠. 생태학자라면 식물군락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디에서 잘 자라는지 알 테고 제가 식물을 많이 아는 건 그저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관찰하기 좋아하기 때문이죠. 제게 식물이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체예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개인 정원을 벗어나 또 다른 곳을 여행하죠."_ 피트 아우돌프

사장님은 '피터 아우돌프'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섯 번의 계절 :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도 보고 관련 책들도 2~3권 정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2년의 긴 작업 끝에 지금처럼 멋진 카페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이름 모르는 꽃을 만나면 이름을 알 때까지 잠이 안 온다고 한다. 카페 정원에 있는 꽃들은 그냥 심어진 것이 아닌 구체적인 설계도 위에 작업을 하셨다고 한다. 직접 다니시면서 꽃 이름을 소개해 주셨는데 어울려진 꽃들이 조화를 이루어 그 예쁜 색깔에 마음까지 힐링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정원을 꿈꾸거나 집안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려고 하는가 보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 창문 사이로 보이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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