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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Dec 30. 2023

찾았다 내 차 : 중고차 구매

호주 6주 차 (23.8.25.~23.8.31.)

8월 25일(금)
마감하는 날이라 늦게 출근했다.
남편과 아침 먹고 나서 출근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한 시간 정도 더 자고 일어났는데 미미한 두통이 느껴졌다.
잠이 덜 깼나 싶었다. 곧 나아지겠거니 했지만 오후 1시가 넘어가고 나서부터 급격하게 두통의 강도가 세지기 시작했다.
마감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에는 헛구역질까지 나올 정도에 눈앞이 핑글핑글 돌 정도로 어지러움이 느껴져 화장실에 가서 뭔가 토를 해야 괜찮아질 것 같았다.
변기 붙잡고 여러 번 헛구역질을 하고 나서야 두통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대로 일을 잘 못 한 것 같아서 같이 마감하는 친구에게 미안했다. 중간중간 계속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온다고 자리를 여러 번 비웠는데, 바쁠 때 같이 돕지 못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친구는 마지막 날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너랑 같이 일 하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실감 안 난다,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트라이얼 한 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는 나를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알려주고, 똑같은 걸 반복해서 물어도 괜찮다 해줘서 고마웠다고, 덕분에 많은 의지가 됐다고 진심을 다 해 얘기했다. 
그게 뭐 별거냐며 심드렁(?)해 하는 친구의 그런 점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항상 It's okay~ 실수를 해서 어떡하냐는 내게 늘 해 주던 말.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친구가 있으면 모든 게 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지막으로 같이 동영상(아마 SNS에 올리려는 것 같았다)도 찍고, 버스에서 내려서는 Bye Bye로 아쉽지만 그녀를 떠나보냈다.
3주 동안 많은 걸 배웠고, 친구 늘 말한 Nothing serious라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8월 26일(토)
남편이 호주에서 처음으로 운전을 한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중고차 인스펙션을 다녀왔다.
현대 매장에 있는 중고차였는데 온라인에서 봤을 때 마음에 들어서 실제로 보고 시운전까지 해 보기로 결정!
매장 오픈하자마자 가서 이 차 좀 보겠다며 구석구석 살피고 시운전까지 해 봤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교통 방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남편도, 옆에 타고 있던 나도 긴장했다. 그래도 무사히 한 바퀴 돌고 주차까지 완료.

운전을 해 보자


승차감, 엔진소리 등 괜찮았지만 본넷을 열었을 때 펜더 나사(?)의 페인트 칠이 벗겨져있어서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 차 사는 건가 싶었는데 아쉬웠지만 중고차 고를 때 피해야 하는 차 예시에 해당되기에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소득은 없었지만 직접 차를 보고 운전까지 해 봐서 둘 다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번에는 가격만 둘러보고 왔는데 이번에는 운전까지 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괜찮다 싶은 매물이 있길래 내일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진은 분명 매장에서 찍었는데 오라는 주소는 일반 가정집이라 수상하다.

8월 27일(일)
가는 데만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부지런히 일어났다.
결론만 말하자면 꽝이었다 꽝.
단차가 맞지 않고 묘하게 차체와 색이 다른 범퍼, 시동 걸었을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rpm, 얼라이먼트가 안 맞아 균일하지 못하게 마모된 타이어.
사진으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던 부분이었다.
더 볼 것 도 없이 10분도 되지 않아 인스펙션은 종료됐다.
허무했다. 그래도 배운 게 있다면 딜러라면서 자기 집에서 판매하는 사람에게는 웬만하면 가지 말아야겠다는 것.



돌다리도 수 백번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의 나와 남편은 그냥 돈 더 주더라도 개인보다는 딜러샵에서 구매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이왕 비싼 돈 주고 구매하기로 한 거 연식, 키로수, 각종 옵션 어지간하면 양보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구매하려고 한다.

잘 구할 수 있겠지?

8월 28일(월)
오픈부터 마감까지 풀타임으로 일 했다.
베테랑 직원 없이 일하는 날이라 더 긴장됐다. 오픈 때 워낙 바쁜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샌드위치 한창 만들고 있는데 손님은 그런 거 상관없이 오니까 그것도 처리해야 하고.
마음은 급하고 처리해야 할 건 많으니까 너무 힘들었다.
바빠서 시간 잘 가는 건 좋은데 뭐 하나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 한 느낌? 이런 기분 정말 싫은데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카페 직원들이 모두 입을 모아 별로라고 하는 직원이랑 같이 마감해서 힘들었다.
나는 얼른 집중해서 하고 싶은데 자꾸 쓸데없는 질문(너네 렌트는 얼마니, 너 남편은 뭐 하니 등)을 하고, 말하느라 본인은 일 안 하고.
와중에 자기 고집은 있어서 이건 설거지 안 해도 된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된다 등. 아주 가관이었다.
왜 모두가 함께 일 하기 싫어하는지 알 법도 했다.
차라리 나 혼자 마감하고 싶다. 내일도 같이 마감인데 그냥 집에 갔으면..

근데 내일은 오픈 때도 엄청 바쁠 것 같다. 셰프 한 명이 출근을 안 해서 나 포함 두 명이서 오픈 준비를 다 해야 한다.
순서 잘 정해 알잘딱깔센으로 오픈 잘해 봐야겠다.
매일매일이 도전이다.

8월 29일(화)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
셰프가 없어서 같이 일 하는 친구랑 역할 분담해서 무사히 오픈 준비 했다.
사실 아침에 손님만 없으면 수월한데 손님이 올 수밖에 없으니 손님맞이하랴 주방에서 만들랴 너무 바쁘다.

폭풍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숨 돌리며 마감 준비하는데, 역시나 그 직원은 내가 시키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모두가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던 순간.
나보다 2주 먼저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보다 많이 알면 알지 모르진 않을 것 같은데, 커피도 샌드위치도 잘 만들지 못한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답답함.

마감하고 집에 와서 마트에 음료수 사러 나왔는데 아뿔싸, 둘 다 열쇠를 놓고 왔다.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이라니.
부랴부랴 집주인께 전화드려 사정을 설명드리니 금방 오셔서 열어주셨다.
번거로우셨을 텐데 감사했다. 그럴 수 있고 좋은 경험이라며 이해해 주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벤트가 있었던 하루.
내일은 베테랑 직원과 같이 일 하고 셰프도 오는 날이니까 아침이 조금 여유로울 것 같다.

8월 30일(수)
셰프가 오는 날인데 뭘 놓고 왔대서 결국 어제처럼 두 명이서 오픈 준비를 했다.
오늘 같이 근무 한 친구는 이 가게에서 1년 가까이 일 한 베테랑이라 그런지 어제보다 훨씬 더 빨리, 수월하게 오픈 준비를 했다.

모두가 함께 일 하기 싫어한다는 그 직원(이하 A)과의 마감은 어땠냐고 물어보길래 솔직히 크게 도움 안 됐다고 말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속 편하고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가 주말에 딱 그 마음이었다고 한다.
셰프에게 A에 대해서 말했는데 너무 못되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왜 그렇게 모두가 그에게 관대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퇴근길에는 A가 그나마 이게 나아진 거라는 소리를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모두 완벽할 순 없으니 서로 보완하라고 한 팀으로 일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알려주기만을 기다리면 팀워크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 하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배우는 데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나도 아직 배울 게 조금씩 남아있지만, A는 나보다 최소 3주 일찍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뭐 할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게 맞는 건가?

사실 지난 일요일에 이번 주 로스터를 보고 월, 화 출근하는 게 걱정이 많이 됐는데
다음 주도 이런 식이라면 정말 한숨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혼자가 나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셰프에게 말이라도 해 봐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8월 31일(목)
마감은 안 하는 날이라 일찍 끝나서 남편과 중고차를 보러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두 번을 갈아타고서야 도착한 중고차 매장에서는 이미 남편과 문자를 주고받은 딜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차 외관, 엔진룸 체크를 마치고 시운전해 볼 수 있다길래 시운전까지 완료.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한 이력과 최근에 교체한 새 타이어. 담배 냄새나지 않는 내부, 전후방 센서. 연식은 조금 됐지만 총 주행키로를 봤을 때 1년에 약 12,000km 정도 운행한 것으로 추정. 
 
예산에 딱 맞는 값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다른 차를 보더라도 이 차와 비교하고 '그때 그 차는 이랬는데'라고 아쉬워할 것 같아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정비 끝나고 며칠 뒤에 픽업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오는 길에는 차 타고 집까지 왔다.
 
우리 돈 주고 차를 구매한 게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게다가 예상치 못하게 차를 바로 가져오게 돼서 더 어안이 벙벙하달까.
운전석이 반대라 그런지 남편이 자꾸 왼쪽으로 붙어서 가길래 너무 불안했다. 
운전석뿐만 아니라 호주의 교통체계, 법규를 잘 익히고 운전해야겠다. 공부할 게 많아진다.
 
가라지에 고이 모셔둔 차는 아직 보험이 없어서 내일 모레나 운전할 수 있다.
텅 비어있던 자리에 갑자기 차가 주차되어 있는데 실감이 안 난다. 저게 정말 우리 차가 맞는 걸까?
 
그래도 기대된다. 차를 가지고 시간, 교통에 제한 없이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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