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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Dec 30. 2023

어서 와, 호주 감기는 처음이지?

호주 7주 차(23.9.1.~23.9.7.)

9월 1일(금)
매주 금요일은 다른 요일보다 바쁜 날인데 나 포함 두 명 밖에 일을 안 해서 걱정이 많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바쁘긴 했지만 손님이 한 번에 몰려오지 않아서, 두 명이었지만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퇴근하는데 남편도 마침 점심 약속 후 시티에 있다 그래서 만나서 같이 퇴근. 
집 가는 길엔 늘 혼자였는데 같이 만나서 퇴근하니까 좋았다.
 

아침 출근길 해가 뜨려고 한다.


점심 약속 때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덜 고프다는 남편과 달리, 나는 하루 종일 동동 거리며 일해서 그런지 배가 너무 고팠다.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운 걸로도 모자라 디저트 두 개까지 야무지게 다 먹었다. 부른 배 두드리며 자동차 보험 가입도 완료했고, 밀린 빨래도 끝냈다.
 
일주일 정말 열심히 달렸다. 
같이 일 하던 친구 없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시작된 월요일. 우당탕탕 실수가 많았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잘 해냈다. 
이렇게 한 주 한 주 나아지는 거겠지.
 
오늘은 푹 자야 된다. 남편과 나 둘 다 감기기운이 조금 있다.
나는 새벽에 계속 찬 바람맞은 데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몸살 기가 있는 것 같고, 남편은 학교 친구들이 죄다 감기에 걸렸는데 옮은 것 같다나. 약 먹고 푹 자야지.
 
내일은 아마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까운 데 다녀오고 점차 멀리멀리 활동 반경을 넓혀 갈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호주 정착을 이루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호주에서의 추억 쌓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9월 2일(토)
남편이 아프다.
어제저녁부터 코가 막히고 몸살기가 있다며 상비약을 먹었는데도 아침에 컨디션이 영 별로라고 한다.
운전 연습 할 겸 근처 마트까지 가서 종합 감기약을 구매했다.
이제 호주 겨울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건지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 얘기한 게 며칠 안 됐는데 감기에 걸리다니.
대중교통, 학교 등 사람 많은 데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어디선가 옮아 온 것 같다.

푹 쉬어야 낫는다는 생각에 오전에만 잠깐 외출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다.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피자, 감자튀김 오븐에 돌려서 먹고 약까지 먹이고 마무리.

내일은 차를 타고 멀리 다녀오려고 한다.
내가 일하는 카페, 남편 학교까지.
오전에 나 내려주고 남편이 학교 간 다음, 나 퇴근할 때 픽업하기로 했다. 미리 연습해 봐야 한다.

9월 3일(일)
어제보다 더 아프다는 남편.
약 먹으면 약 기운 도는 동안에는 참을만한 것 같은데 약기운 떨어지면 다시 코가 막히고 기운 없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아픈데 돌아다니는 게 맞나 싶었지만 당장 내일부터 나름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반드시 연습이 필요했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도로에 차가 많이 없었다.
무사히 카페까지 갔다가 남편 학교로 가는 길.
새삼 이렇게 직선으로 금방 갈 수 있는 거리를 그동안 정말 많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학교에서부터는 내가 운전해서 한인마트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곳인데 대중교통으로는 편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가 있다면 이렇게 금방 오는 것을.


고추장, 쌈장 등 호주 마트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기본양념 위주로 구매했는데 60불 가까이 나왔다.
어쩔 수 없지만 정말 비싸다. 아껴먹어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온전히 남편이 운전했다.(우리는 보통 운전 안 하는 사람이 네비를 같이 보면서 길을 알려준다. 특히 초행길이라면 더더욱)
앞으로 나 없이 혼자 운전할 일이 많을 텐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나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무사 귀환. 가라지에 주차하는 것도 첫날보다 늘었다.

한인마트에서 사 온 떡으로 떡볶이 해 먹고 후식까지 든든히 먹었다.
남편 약 먹이고 일찍 자려고 한다.
내일 다시 한 주가 시작되니까.

9월 4일(월)
차 타고 출근하니까 조금 덜 피곤한 느낌이었다.
오픈 준비 무사히 마쳤는데 셰프가 내일 못 나온다고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네.

오늘은 웬일로 보스가 아침부터 왔다가 점심 러시까지 함께 있다가 돌아갔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지 다양한 것을 물어봤다. 짧은 영어로 어떻게든 답변 완료.

내가 쉬는 시간에 마시려고 커피를 만들어서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라테아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 찍더니 가게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졸지에 내 라테아트가 팔로워 500여 명에게 노출됐다.

보스가 있어서 그런지 A는 지난주 보다 많이 나서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도 strong 하게 말하면서 이것저것 시켰다. 말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할 테니까.
다른 팀원은 오후 1시에 퇴근이었는데, 갈 때 Please don't go라고 내가 붙잡으니 걱정됐나 보다.
늦은 저녁 오늘 마감 잘했냐고 안부를 물어오길래 다행히 A가 지난주 보단 나았다고 말했다.
너무 느리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게 정말 복장 터진다.
해야 늘지. 안 하면 계속 못 하는 건데 왜 안 하려고 하니 정말.

로스터에 변화가 있었다.
수-일 일하던 친구가 사정이 생겨 일요일에 일을 못 하면서 화요일에 출근하게 된 것이다.
이 친구랑은 호흡이 잘 맞아서 같이 오픈하는 날이 기대될 정도다.

내일 셰프가 없어서 오전에 바쁘겠지만 호흡이 잘 맞는 친구랑 있으니까 오픈 준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9월 5일(화)
아침에 차를 혼자 끌고 출근했다.
일찍 끝나는 날이라 남편이 데리러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주 와서 운전대 잡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혼자 운전이다.

덜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엑셀에 발을 올리고 출발.
다행히 가는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무사히 도착했다.
마침 셰프도 동시에 도착했길래 반갑게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차 키가 안 빠지는 것이다.
시동을 걸면 키가 없다는 표시가 계기판에 뜨고, 아무리 힘을 줘도 키가 안 빠졌다.
패닉 상태가 되어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기어는 파킹에 잘 뒀어?, 라길래 기어봉을 보니 D에 놓고 시동을 껐다.
창문 내리고 셰프랑 스몰톡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키를 돌려버린 것이었다.
그 와중에 브레이크는 있는 힘껏 밟고 있었다.
나는 내가 미친 줄 알았다 진짜.

한 고비 넘겼더니 셰프가 가게 문이 안 열린다면서 사색이 돼서 달려왔다.
원래 걸쇠를 걸고 문을 잠그면 안 되는데 어제 퇴근하면서 걸쇠로 문을 잠그고 뒷 문으로 나온 것이 생각났다. 다시 한번 아찔한 상황.
그래서 주차장 쪽 담을 넘어서 뒷 문으로 들어갔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진짜.

아침에 우당탕탕 해서 그런지 낮 동안은 웬만한 일이 일 같지도 않게 느껴졌다.
집에 오니 1시 30분. 평소였다면 지쳤을 법도 한데, 차 타고 오니까 지치지도 않고 좋다.

오늘은 혼자서 운전해 출퇴근 무사히 했으니 그걸로 됐다.

9월 6일(수)
남편에게 감기가 옮은 건지 어젯밤부터 몸이 안 좋았다.
자꾸 콧물이 생기고 목도 살살 아파오는 게 감기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 먹고 무사히 출근.
약 기운 덕분인지 일하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집에 오니 다시 아파서 저녁 먹고 약 먹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9월 7일(목)
여전히 개운하지 않은 몸 상태. 그래도 출근한다.
며칠 새 기온이 많이 떨어져 목도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오늘은 오전에 유독 바빠서 9시가 다 돼서야 오픈 준비를 마쳤다.
거기다 보스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그게 참 힘들었다.
바쁜 시간에 갑자기 한 명 데리고 주방에서 나오지를 않는 거다.
결국 다른 직원이랑 나, 둘이서 점심 러시를 간신히 해결하고 넋이 나갔다.
다행인 것은 나는 오늘 일찍 끝나는 날이라 탈출 아닌 탈출을 했고,
그룹챗을 보니 보스가 마감 때까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보스가 계속 안 가고 있으니까 다른 직원이 정말 질린다는 표정이었다.

보스는 보스 일을 하는 건데, 일 하는 입장에서는 보스와 함께 있을 때 왠지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긴장해서 그런가 잘하던 것도 못 하니까 더 주눅 드는 것 같다.

내일은 그래도 오전에 셰프가 오기 때문에 오픈 준비가 조금은 수월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오전은 정말 바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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