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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Dec 30. 2023

안정적인 한 주.

호주 9 주차(23. 9. 15.~23. 9. 21.)

9월 15일(금)
금요일이라 바쁠 걸 예상했는데 아침부터 많은 것이 꼬였다.
제시간에 배달 와야 할 것들이 30분 늦게 도착했고, 주문한 것 중 일부는 누락돼 있었다.
결국 중간에 재료가 모질라 같이 일 하는 코워커가 마트에 다녀왔는데, 코워커가 돌아올 때까지 정말 불안했다.

금요일은 이른 오전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다.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
다시 12시부터 12시 30분까지.
두 번에 걸쳐 러시가 있는데, 코워커가 자리를 비운 동안 4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와 후들후들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잘 해결했다.

지난주에는 주문받다가 거의 오열할 뻔했는데, 이번에는 한창 러시 때 코워커가 주문받고 나는 주문대로 만들기만 해서 그런가 지난주 보다 좀 덜 힘들었다.
주문받을 때도 무조건 이름을 묻는 것을 습관화했더니 확실히 많은 손님이 한 번에 몰릴 때도 덜 헷갈렸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평일 중 가장 바쁜 금요일에 두 명만 일 하게 로스터 짜는 건 정말 너무하다.
두 명이서 단 1분도 쉬지 못하고 하루종일 일만 했다.
마지막 문 닫을 때까지 손님이 왔고, all sold out 상태로 마감 완료.
집에 와서 폭식 아닌 폭식을 하고 풍선처럼 부푼 배를 두드리며 잠을 청해보려 한다.

9월 16일(토)
오전에 공원 갔다가 이케아에 다녀왔다.
차가 없을 때는 이케아에 갈 일 없다고(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게 됐다.
많이 사진 않고 주방 도구 몇 개와 작은 의자 하나 구매했다.
한국만큼 사람이 많지 않았고 식당이 작은 편이었다.
밥 먹을까 했지만 집에 먹을 게 많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 먹고 의자 조립도 하고 장 보러 다녀왔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 남편은 휴대폰 요금제 변경을 했는데 뭐가 잘 안 돼서 갑자기 번호가 사라졌다.
고객센터는 이미 종료돼서 내일 아침이 돼야 연락할 수 있다.
심란해하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9월 17일(일)
이른 아침, 남편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상황은 잘 해결될 수 있었다. 시간이 하루 이틀 정도 걸리는 것을 제외하면.

매주 일요일은 대청소하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랴부랴 청소하고, 이른 점심으로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한국에서도 라면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호주에 와서 딱히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마트에서 반 값 세일을 하길래(한국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했다) 충동구매해 버렸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라 그런지 더 매웠고(그렇지만 그 매운 라면에 김치까지 곁들여 먹었다.), 밥까지 야무지게 말아먹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쏟아졌고,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잔 후에 소화시킬 겸 집 근처 공원에 걸어갔다 왔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공원에 많았다.


저녁은 간단하게 요거트와 시리얼 먹고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 마무리.

9월 18일(월)
주말에 일 하는 코워커들이 마감을 제대로 안 해 놓고 가서 월요일 아침은 바쁘다.
게다가 오늘은 누군가 트라이얼을 하러 왔기 때문에 내 할 일 하랴, 알려주랴 좀 더 정신없었다.
그 와중에 손님은 좀 덜 해서 그나마 덜 바빴다.

supervisor든 보스든 누가 와서 트라이얼 할 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랑 다른 코워커에게 걔 어땠냐고 물어보기만 했다.
솔직히 나랑 다른 코워커는 그에게 엄청 좋은 인상을 받진 못 해서 그냥 그랬다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는 내가 괜히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사람을 뽑을 거면 최소한 supervisor가 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내가 트라이얼 할 때는 왔었다), 마치 우리한테 결정하라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호주는 이제 school holiday시즌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손님이 덜 하다.
온 가족이 휴가 내고 여행을 가는 분위기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주는 화, 목요일에 한 시간 일찍 끝나서 조금 여유를 부릴 수 있겠다.
내일도 조금만 덜 바빴으면 좋겠다.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영 안 좋다.

9월 19일(화)
아침부터 바쁜 날이었다.
코워커랑 업무 분담해서 하는데 너무 바빠서 코워커 일 도와주느라 내 할 일이 늦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업무 분담하는 게 대충 감은 온다. 손님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반 빨리 끝났기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카페에서 가져온 맛있는 디저트 나눠 먹는데 곁들여 먹은 우유에서 단 맛이 났다.
우리는 마트에서 quick sale 우유를 사 먹는데(한국에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먹곤 했다), 이 quick sale 우유는 유통기한(?) 섭취기한(?)이 임박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런 거 크게 개의치 않아서 그냥 사 먹었는데 우유에서 단 맛이 나니까 내일 아침에 설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지난주에는 오픈부터 마감까지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오늘처럼 일찍 끝나는 날이 있으니 이번 주는 조금 덜 피로할 것 같다.

9월 20일(수)
오전에는 정말 바빴고 오후에는 잔잔하게 바빴던 하루.
그렇지만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도 챙기고 그 틈에 엄마, 아빠랑 통화도 했다.

일 하면서 카페 앞으로 많은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갔는데
한 경찰차는 엄청 급했는지 무려 역주행을 했다.
호주에서는 제법 경찰차 사이렌이 많이 들린다. 하루에 5번 이상?

퇴근길에는 차가 뜨겁게 달궈져 있어 운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은데 정말 걱정이다.
다가오는 여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9월 21일(목)
오늘은 오전에 주방에서 내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오픈 준비는 늦어도 9시 30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지난 화요일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10시에 끝났다.
하지만 오늘은 9시 20분에 완료!
일 하면 할수록 손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오픈 준비가 빨리 끝났던 덕에 오전이 조금 여유로웠다.
하지만 왜 그렇게 자잘하게 할 일이 눈에 보이는지.
재료 채워 넣기, 커피 추출 중간 점검, 군데군데 청소. 할 일이 많다.

일 하면서 다 괜찮은데 손이 남아나지를 않는다.
나도 모르는 새 베이고 데고 굳은 살도 생겼다.
만신창이가 돼 가는 손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있었으면 멀쩡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일하겠다고 온 거니까 내 책임이라는 내 말에, 그래도 언제든지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는 남편이 있어 오늘 하루 고됨도 다 씻어 낼 수 있다.

내일은 대망의 금요일이다.
얼마나 많은 손님이 올지 벌써부터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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