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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Dec 30. 2023

School Holiday와 공휴일 : 고요함의 연속

호주 10 주차(23.9.22.~23.9.28.)

9월 22일(금)
출근했더니 다른 코워커가 출근하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원래 나오기로 했던 코워커가 사정이 생겨서 대신 나왔다고.
같이 일 하는데 속도가 조금 느리길래 내가 할 테니 다른 걸 해달라고 부탁해서 후다닥 끝냈다.
어제보다 더 빨리 끝냈잖아?

금요일이라 숨 쉴 틈 없이 바쁠 줄 알았는데 다음 주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오늘 다 놀러 간 건지 생각보다는 한가했다.
적어도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바쁘지 않은 것에 비해 매출액은 많았는데 마감 한 시간 전에 온 손님이 무려 100불어치를 사 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는 게 없어서 마감이 한가하기는 했다.

집에 가기 전에 마트 들려서 장 보고 저녁 든든히 먹은 후 쉬는 중이다.
내일은 저녁 식사 초대받아서 가야 하는데 뭘 사가야 하는지 고민이다.

아 참, 남편이 수업 듣고 상 받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9월 23일(토)
아침부터 쇼핑센터에 다녀왔다.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서 갖고 갈 선물을 사러 가기 위함이었다.
초대받은 집에 어린 남자아이가 있어서 레고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매장에서 본 요즘 레고는 내가 어렸을 때 알고 있던 레고와는 조금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집에 와서 조금 쉬다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선물을 마음에 들어 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았다.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고 처음으로 캄캄한 밤에 운전해서 집에 돌아왔다.
밤에는 차가 도로에 거의 없었다. 한국이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평소 자는 시간을 훌쩍 넘겨 집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씻고 이제 자야지.

9월 24일(일)
주말 이틀 쉬는 날이지만 어제 쉬지 못해서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후로 매일 밖에 잠깐이라도 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 집에만 있었다.
남편이 조금 지루해 보이긴 했지만 내가 너무 피곤해서 어디 나가기가 싫었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오전 시간을 보냈고 오후에는 낮잠 푹 잤다.
내일은 공휴일이지만 나는 출근한다.
코워커 말로는 손님 별로 없을 거라고 해서 덜 바쁜 하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9월 25일(월)
아침 출근길에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나만 출근하는 건가?

코워커 말대로 공휴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긴 했다.
그런데 오는 손님마다 가족 단위로 와서 한꺼번에 많은 주문을 하니까 손님 한 팀 한 팀 올 때마다 마리가 아팠다.
이상하게 컨디션도 좋지 않아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컵이랑 물병을 깨뜨렸다.
액땜했다고 생각하지만 손에서 자꾸 뭐를 놓치는 실수를 계속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손님이 많이 없을 거라고 매니저가 빨리 마감하자 그래서 평소보다 1시간 빨리 끝냈다.
집에 와서 여유 있게 쉬니까 좋은데 쉬는 시간은 금방 간다.

저녁 맛있게 먹고 오늘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찍 운동했다.
머리가 살살 아픈 걸 보니 몸이 피로한 것 같다.
일찍 자고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활기차게 보내야겠다.

9월 26일(화)
어제 푹 잤는지 아침에 개운했다.
출근했는데 코워커가 한참 안 오는 거다.
지난번에 버스 놓쳐서 좀 늦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러려나 싶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한참 늦길래 메신저를 확인하니까 어제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 집에 있었는데 거기서 출발하니까 버스를 잘못 탔다는 거다.
그래도 왔으니 됐다. 안 오는 것보단 낫지.

부지런히 오픈 준비를 했더니 9시 20분경 모든 게 마무리 됐다.
운 좋게 보스가 그즈음 와서 만족스럽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갔다.
확실히 손이 빨라진 것도 있지만 오전에 손님이 많지 않아서 내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빨리 끝나지 것 같다.

듣기로는 호주 학교는 평소에 10주 수업 후 2주 방학(?)이 있다는데 이번 주부터 2주 방학이라고 한다.
스쿨 홀리데이 때는 가게에 손님이 덜 하다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도 정말 한가했다.
손님이 많이 없어서 여유롭게, 빠르게 마감 준비하는데 갑자기 마감 15분 전부터 손님이 몰렸다.
설거지 다 해 놓은 거 다시 사용해서 진짜...

집에 오니 배가 너무 고파서 일찍 저녁을 먹었다.
오후 5시 전에 저녁 먹는 사람..
오늘도 일찍 자고 내일 좋은 컨디션 유지해야지.

9월 27일(수)
코워커가 아파서 주말에만 근무하는 다른 직원이 대타로 왔다.
그녀와 같이 일 하는 건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는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주중에만 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주중, 주말에는 일일 매출금액이나 손님이 선호하는 메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얘는 자꾸 자기 생각, 방식을 강요하는 거다.
짜증 나서 보스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라고 하면 그때서야 아무 말 안 한다.
갑자기 대타로 나온 게 싫을 수 있지만 나오기 싫었으면 거절하면 되는데 괜히 나와서 같이 일 하는 내 기분조차 안 좋아지게 만드는 거다.

막바지에 가서는 오전과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 이미 다른 사람 기분 안 좋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가서 자기만 괜찮아지는 게 너무 황당했다.

오전에 잠깐 트라이얼 하러 온 사람한테도 aggressive 하게 굴어서 정말 별로였다.
더 화가 나는 건 말이 통하는, 그러니까 한국어로 대화했다면 말 한마디 안 질 자신이 있는데
영어로 하려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100% 할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했다.
걔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내 언어로 하면 논리적으로 한 마디 한 마디 빠르게 받아칠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열받았던 것 같다.

남편이 나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 공원에서 찍은 새끼오리들


9월 28일(목)
셰프한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며 걔랑 두 번 다시 같이 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코워커가 스케줄 펑크 내면 제발 다른 사람 보내달라고. 나뿐만 아니라 트라이얼 온 사람한테도 너무 못되게 굴었다고.
남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또 걔를 마주치면 너무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코워커는 아파서 오늘 또 못 나왔는데 다행히 다른 직원이 출근했다.
바빴지만 호흡을 맞춰서 일했던 스태프라 어제보다 훨씬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안정적으로 일 했다.

일 끝나고는 장을 봤는데 세상에 80불을 썼다.
한 번 장 볼 때 30불 정도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반 값 세일 하는 쌀 10킬로와 공산품(주방세제, 세탁세제)을 구매했더니 평소보다 지출이 컸다.
그래도 쌀 10킬로를 반 값에 사서 기분 좋았다.

저녁 후다닥 먹고 나니 코워커한테 연락이 와 있었다.
몸이 너무 아픈데 내일은 꼭 출근하겠다고.
사실 시급제로 일 하는 입장에서 일을 안 나오면 그게 곧 본인의 손해이기 때문에 아파도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다.
이왕 쉬는 거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돈 벌러 출근할 거라고...
어쨌든 네가 없어서 다른 사람이랑 일 했는데 정말 힘들고 stressful 했다니까, 당연히 힘들었을 거라고 출근 못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아픈 게 잘못이 아닌데 충분한 스태프가 없다 보니 한 명이 출근을 못 하면 다른 한 명이 너무 힘든 상황이 된다.
예전에 매일 3명이서 일 할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인건비 때문인지 2명이면 충분하다며 인력 충원을 안 해주니 모두가 힘들다.
안타깝지만 뭐.. 뽑는 사람 마음이니까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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