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전, 한국에서의 준비 과정
호주에 가면 카페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커피에 대한 열정,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경외심이 있어서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이 유일하고,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친구들처럼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기에 농, 공장에 가는 것은 최후의 보루였다.
좋은 워라밸(오후 2시, 3시경 마감), 주말 휴무(호주는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카페가 꽤 있다), 시내 근무 등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마다하지 않을 조건을 갖춘 유일한 직업이었기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기로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하고,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세 달이었다. 퇴사 전까지 출근해야 하는 한 달을 제외하면 자유 시간은 두 달.
전문적인 바리스타까지는 아니어도 호주 카페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출국 두 달 전부터 나만의 방식으로 한국에서부터 구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 관련 유튜브 시청
거짓말 조금 보태 호주 커피나 바리스타와 관련된 모든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한국 유튜버, 전문 외국 바리스타 등 호주 커피에 대한 영상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이론부터 실제로 카페에서 주문받고 일하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계속 시청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나의 경우 첫 트라이얼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주문도 받고 커피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동안 본 많은 유튜브 영상 속 상황을 떠올리며 찾아오는 고비들을 넘길 수 있었다. '아, 그 영상에서 바리스타가 이렇게 주문을 받았는데', '이렇게 바쁠 때는 샷부터 먼저 뽑아 놨는데' 등 바쁜 카페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대처 방법이 학습되어 있었기에 난도 높았던 첫 트라이얼을 무사히 마쳤던 것이다.
'카페 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업로드된 한국 프랜차이즈 카페 관련 영상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 카페는 호주 카페에서 만들 일이 거의 없는 주스, 스무디, 파르페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판매한다. 만들 일 없는 음료를 만드는 영상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겠지만 다양한 메뉴를 혼자서 짧은 시간 동안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팁을 배울 수 있다.
어렵고 레시피가 복잡한 메뉴도 척척 만들 수 있는데 커피 정도는 어렵지 않게 여러 잔 만들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건 덤이다.
2. 바리스타 과정 수강하기
한 번쯤 들어봤을 '내일 배움 카드'. 국비 지원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학원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했다. 대부분 바리스타 교육 과정은 '사단법인 한국커피협회(KCA)'의 바리스타 2급, 1급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개설된다. 이 과정을 수강하면 에스프레소 추출, 기본적인 우유 스팀 방법을 익힐 수 있고 원한다면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라테아트 코스가 포함된 과정의 수강을 추천한다. 호주 카페 바리스타라면 라테아트는 선택 아닌 필수다. '라테아트 할 수 있음 = 우유 스팀 잘하고,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음'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예쁜 라테아트를 할 줄 안다면 인터뷰나 트라이얼 때 실력을 뽐내보자. 당연히 보너스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국비 교육 바리스타 과정은 강좌 퀄리티가 복불복이라 이전 수강생 후기를 참고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운 좋게 열정 넘치는 신규 강사님의 첫 제자로서 이론부터 실전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배울 수 있었지만, 누구나 열정 넘치는 강사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자습이라는 명목하에 수강생만 두고 자리를 이탈하는 강사도 있으니 좋은 수강 후기가 많은 곳으로 선택해 양질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강좌가 자격증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수강 종료 후 자연스럽게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 장에서는 호주 카페 구직활동 시 자격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자격증 취득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해 보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