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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쿡크다스 Jan 21. 2024

몸도 마음도 지쳤던 한 주.

호주 25 주차(24. 1. 5. ~ 24. 1. 11.)

1월 5일(금)

4일밖에 일 하지 않았지만 체감상 6일은 일 한 것처럼 긴 한 주였다. 이번 주는 잠도 푹 못 잔 탓에 평소보다 더 한 피로감을 느꼈다. 주말 동안 푹 자고 쉬는 게 목표다.

남편은 봉사활동을 해 보려고 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인데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내가 강력하게 권했다.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다소 단순한 남편의 일상 루틴을 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평일에는 학교 공부에 집중하느라 주말에 해야 할 것 같다는 게 문제다. 나도 근무 일을 주말로 옮겨야 하나. 어떻게든 쉬는 날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다.

내일은 다시 바다 수영을 가 보려고 한다. 수영이라고 하니 거창하지만 사실 물장구 정도인 데다 한 시간이면 체력이 바닥나 나가떨어진다. 지난번 반팔 티셔츠 입었다가 뒷 처리가 너무 번거로웠던 탓에 수영복을 하나 샀다. 래시가드만 갖고 왔어도 안 사는 건데.. 돈 아까웠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난번 수영 한 바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엔 조금 한적한 곳이면 좋겠다.

지금 밖에서는 동네 강아지가 짖는다. 한 마리가 짖으면 다른 집에서도 따라 짖는 통에 온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피곤하니 얼른 자야지.

1월 6일(토)
또 바다수영 하러 갔다. 그런데 해수욕장이 아니라 낚시하는 데 어울리는 바다로 가는 바람에 해수욕장 찾느라 우리답지 않게 조금 늦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간 바다는 지난번에 갔던 바다와는 달리 파도가 치지 않는 잔잔한 곳이었다. 사람들도 역동적으로 수영하기보단 가만히 물에 떠서 쉬는 편이었다. 같은 해안인데 어디는 파도가 심하고 어디는 파도가 거의 없다니, 신기하다.

몇 시간 안 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바다에서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허기진 배를 챙겨 온 간식으로 달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나들이였다.

집에 도착해서는 줄곧 쉬었다. 몇 주 전에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서 패스트푸드 끊고 집에서 최대한 건강식 해 먹고 있다.
모기 물린 것처럼 간지럽고 돌기가 생겼길래 벌레에 물리거나 최악의 경우 빈대라고 생각했는데, 코워커들한테 보여주니 알레르기네,라고 했다.
크리스마스부터 패스트푸드 엄청 먹었다니까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길래 나름 식단 조절 중이다.

오늘 많이 논 건 아니지만 내일 푹 쉬고 컨디션 조절 해야지.

1월 7일(일)
아무것도 안 했다. 청소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쉬었다.
아, 카페 인사이동으로 내일 새로운 직원이 오기로 되어있는데 너무 싫다. 모두와 호흡을 맞춰 놓으면 자꾸 다른 데로 빼 가고, 새로운 사람 보내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게 하고, 시간 지나면 또 빼가고. 무한 반복이다.

일은 안 힘든데 이런 상황이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반복되는 상황에도 책임감 갖고 하는데, 하면 할수록 극한의 상황으로 몰리는 느낌이다.

일단 내일 일어나서 생각해야지.

1월 8일(월)
가기 싫은 마음 때문인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안 좋았다. 돌아오다라도 얼굴은 비추고 돌아오자는 생각에 일단 출근했다.
새로 온 직원은 다행히 늦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알려줘야 하는지 정리해 오지 않는 바람에 아침부터 너무 정신이 없었다. 두통도 점점 심해지고 기분도 안 좋고 총체적 난국에 결국 집에 가야겠다고 통보했다.

다행히 매니저가 다른 코워커가 와 있어서 나는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지끈지끈 거리를 두통에 하염없이 누워있다가 내일까지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에 내일도 쉬겠다고 연락했다. 돈이고 나발이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니 앞뒤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평일 오전을 집에서 보냈다. 가끔은 이럴 때도 필요하지. 가게에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균형을 찾아야겠다.

1월 9일(화)
출근 못 한다고 어제 얘기하고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집안일도 하고, 침대에 누워 낮잠도 자면서 체력과 정신상태 회복에 집중했다. 푹 쉬니 조금 나아진 듯했다.
매니저는 새로운 직원과 둘이서 고군분투하는 듯했다. 늘 나만 새로운 직원과 일 하니 새 직원 가르치면서 동시에 원래 하던 일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알았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조금 나아졌으니 내일은 출근해 보려고 한다.

1월 10일(수)
기운 내서 출근했다. 매니저가 월요일에 왔던 새로운 직원은 어떠냐길래, 걔랑 3시간 밖에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같이 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잠깐이었지만 그렇게 깔끔하지 않고 매사에 느긋해 보였다. 자존심이 센 건지 그 나라 국민성인지 매니저한테 전해 들은 대로 너 아직 커피 배우는 중이라며?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발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화요일에 같이 일 했던 매니저는 새 직원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본인은 가게에 상주하지 않으니 내 의견을 존중하려는 듯했다. 다른 지원자 트라이얼 금요일에 잡아줄 테니까 한 번 보라고 권했다.

하루 종일 단 둘이서 일 하는데 마음이 맞는 사람이랑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지금껏 호흡 잘 맞춰온 코워커를 다른 데로 전출시켰으면 새 직원도 나랑 잘 맞춰갈 수 있는 사람으로 구해주기를 바란다.

1월 11일(목)
깜짝 놀랄 정도로 오전 손님이 많았다.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그 덕분인지 오후는 한가하게 느껴졌다. 코워커랑 내일 트라이얼 올 지원자에게 어떻게 일을 알려줘야 되는지 고민했다. 확실히 머리를 맞대고 같이 궁리하니까 혼자 고민할 때보다 나았다.

바쁜 하루가 끝나고 집에 와서는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해 먹었다. 김치 값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 아껴먹었더니 쉬어버려 찌개용으로 딱이었다. 소주가 당기는 맛이었는데..

배부르게 저녁 먹고는 남편하고 데스노트부터 시작해 만화 얘기를 했다. 만화마다 내가 어떤 캐릭터 좋아했을지 맞춰보라고 했는데 기가 막히게 맞추길래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다 맞추냐고 했더니 내 취향이 뻔히 보인다나.  
남편이 맞추는 게 너무 신기해서 크게 웃었더니 목이 쉬었다. 복식으로 웃어야 되는데 목에 힘주고 웃었더니 목감기 걸린 것처럼 목이 아팠다. 적당히 웃을걸. 그래도 오랜만에 박장대소해서 기분은 좋았다.

내일을 위해서 푹 자야지. 아침부터 바쁜 하루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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