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삼순이

심장이 딱딱해지면 좋겠다

by 플로터

아주 오래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 드라마.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꽤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리마스터링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클래식은 그 자체로써 가지는 가치가 있고 내 기억 속의 삼순이는 그 오래된 화면의 감각이 좀 더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방영 당시 나 역시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던 드라마였는데 어느새 그게 20년 전의 일이었다는 것이 이제 와서 실감이 났다. 노처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삼순이의 나이가 이제 와서 보니 고작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될 30대였다니. 지금 30대에게 노처녀라는 호칭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아직도 기억에 꽤 또렷하게 남아있는 그 드라마가 지금 다시 보니 정말로 20년 전이라 가능했던 부분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20년이나 지난 드라마에 등장했던 '모모'라는 책 이름과 '심장이 딱딱해지면 좋겠다'는 대사마저 기억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 것인가. 아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20년도 지난 드라마 속의 디테일을 기억한 이유는 매우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모모'라는 소설은 읽겠다는 다짐만 하고 결국 아직까지 읽지 않았기에 다소 부끄러운 감정으로 남아있고 '심장이 딱딱해지면 좋겠다'는 삼순이의 대사를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나 역시도 그러한 바람을 느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 변화 때문인지 요즘 들어 또다시 기분이 널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갑자기 모든 것이 다 귀찮게 느껴진다. 아무런 계기도 없이 혼자 신났다고 널뛰는 기분 탓에 자꾸 아주 작고 사소한 불행들이 너무 크게 느껴져 쓸데없이 우울해지고 있다.


물론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의 부주의 덕에 그 가족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었고 그로 인해 친구와의 연락도 끊어지게 되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부주의함으로 인간 말종이 되어 버린 지금 상황이 나에게 엄청난 상처임에도 화를 낼 수 없는 것은 나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아버린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와는 별개로 이 상처를 털어놓고 위로받을 곳이 없는 나는 이 계절의 힘을 빌어 더욱 깊은 자괴감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너무 오랫동안 평온해서 이제 불행의 할당량이 찾아온 건가. 아니면 정말로 또다시 계절에 속은 내가 없는 불행을 억지로 만끽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몇 살이 되면 '심장이 딱딱해져' 모든 일을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심장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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