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a good life

다시 어딘가에서

by 플로터

6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내내 만나던 사람들과 헤어졌다. 학교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런 단기적인 만남과 헤어짐에 꽤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6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만나던 사람들에게 이제 '마지막 날이네요' 하고 말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쿨하게 안녕하고 싶으니 간단하게 'Have a good life.'


오랜 알바 생활로 이런 헤어짐에는 매우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가끔씩 너무 쿨하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소 섭섭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헤어질 때마다 질질 짤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좀 더 여운이 남는 인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치 일본 사람들이 헤어질 때 말하는 '다시 어딘가에서'처럼.


벌써 10년 전인가 스페인을 갔었다. 1년 동안 학원에서 근무하고 퇴직 기념으로 혼자 용기 있게 터키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혼자라도 싱글 차지가 딱히 없었던 기억인데 어쩌면 내가 '타인과 방을 함께 쓸 수 있다'라고 표기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여행 내내 혼자 방을 써서 어떤 호텔에서는 침대가 3개인 방을 혼자 쓴 적도 있었다.


친구를 찾자니 함께 갈 사람이 없고 혼자 자유 여행을 가기에는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일단 패키지로 터키 여행을 신청하고 귀국 비행기 일정을 미뤄서 터키 여행이 끝나는 날 패키지 일행들은 한국으로, 나는 스페인으로 출발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패키지 일행들과 함께 공항에 가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바로 공항에 있는 항공사 카운터에 문의한 다음 가장 가까운 시간대인 비행기를 탔고 '바르셀로나'로 갔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도 어디를 갈지 정해진 바가 전혀 없어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서 '다운타운'이 어딘지 물어보고 무작정 그 늦은 밤에 숙소를 찾아 헤맸었다. 재수 없게도 당시 바르셀로나에서는 핸드폰 관련 컨벤션이 열려 숙소는 모두 엄청나게 비싸고 방도 없었다. 그러다 밤 12시가 넘어 들어간 100유로도 안 할 것 같은 방을 150유로 가까이 내고 잔 것도 아까웠는데 다음날부터 제대로 숙박을 하려면 1박에 500유로가 된다는 말에 경악하며 날이 밝음 다시 숙소를 찾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다음날 날이 밝아 다시 짐을 끌고 거리로 나서 바르셀로나 대성당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에 가게 되었다. 내 생애 첫 게스트하우스였고 심지어 남녀 공용 도미토리였다. 잠만 자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꽤 불편해서 숙소에 돌아오면 방에 있기보다는 주로 공용 공간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본 사람들을 만났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온 여행객이다 보니 그들이 말하는 관광지 정보를 귀동냥하다가 궁금함에 말을 걸다 보니 취미가 맞은 어떤 일본 여자분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고 식사 후 숙소에 돌아와서는 꽤 여러 명이 함께 왔던 일본 대학생들 무리에 섞여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숙소를 떠나게 되어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눌 때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마따 도꼬까데'라고 말했다. SNS를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연락처를 교환하지도 않은, 게다가 같은 나라도 아닌 사람들과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까?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인사말이 꽤 낭만적으로 들렸다.


오늘 학생분들에게 '행복한 인생이 되시길'이라는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불현듯 그 오래전 얼굴은커녕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스페인 게하에서 만난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도 좀 더 낭만적인 인사를 하고 싶다. 질척이지 않지만 뭔가 기억에 남을 그런 인사.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안녕은 없을까? 늘 반복하는 헤어짐이지만 기왕이면 모두에게 좀 덜 서운하고 덜 차가운 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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