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한가로운 늦가을의 주말을 만끽해야 하지만 그날만큼은 그러지 못하였다.
늦은 아침 아들과 함께 사과를 먹다가 남편에게 들은 비보는 나의 모든 정신 회로를 멈추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150명이 넘는 사람들의 죽음에 비판이라는 허울을 덮어쓴 비난과 조롱성 댓글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데를 애초에 왜 가냐고 욕을 하고 또 누군가는 이게 다 정부 탓이라고 욕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게 다 이기적인 MZ세대의 탓이라고 욕을 하였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핼러윈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나, 그것과는 별개로 어린 나이에 재미난 곳이 있으면 한 번쯤 가서 놀고 싶어 하는 평범한 마음이 이토록 욕을 먹어도 싼 일인가 싶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걸어가다가도 생길 수 있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생길 수 있고 내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있다가도 생길 수 있다. 그럼 그럴 때마다 피해자 탓을 하여야 꼭 직성이 풀릴 것인가?
피해자들 또한 꽃 다운 나이를 가진 10~20대의 보통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하며 꿈을 가지고 하루를 보냈을 보통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역에 갔을 수도 있고 지방에서 단순히 놀고 싶어서. 구경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태원에 갔을 수도 있다. 어느 그 누구도 사고를 예감하고 갈 이는 없다.
내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단순히 지금 내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하며 피해자인 그들을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정말 무고한 피해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150명이 넘는 사망자와 아무 연관도 없는 나조차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감정이 드는데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많은 피해자들(그들 또한 피해자이다)은 얼마나 슬프고 허망할까.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들의 아픔을 다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아픔을 이해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참사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을 위한 가장 큰 최선 아닐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