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89~92
챌린저 교수는 하나의 분과를 발명해 냈다고 주장하면서 리좀학, 지층-분석, 분열분석, 유목론, 미시정치, 화행론, 다양체학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렀지만 아무도 그 분과의 목표, 방법, 근거를 분명하게 알 수는 없었다.
Le professeur Challenger prétendait avoir inventé une discipline, qu'il appelait de noms divers, rhizomatique, strato-analyse, schizo-analyse, nomadologie, micro-politique, pragmatique, science des multiplicités, mais on ne voyait clairment ni les buts ni la méthod ni la raison de cette discipline.
나는 지금 <<천 개의 고원>>을 읽는다고 주장하면서, 번역본에서 (순전히 지맘에만 드는) 문장을 골라내고, 그것의 프랑스어 원문을 찾아 (한글과 구조가 다른 원문 속에서 어떤 어절들은 함부로 잘라내기도 하면서) 적고, 어떤 날엔 해설도 아닌 '엉뚱한' 단상(斷想)을, 또 다른 날엔 자유연상에 따른 신화와 꿈같은 '쌩뚱한' 지껄임을 써 내려가고 있으니, 누가 이런 글의 목표, 방법, 근거를 알아낼 수 있을까?
* 첼린저 교수는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의 주인공인데, 들뢰즈-가타리가 <<천 개의 고원>>에 다시 등장시켰다. 궁금한 마음에 옛 소설을 찾아보니 첼린저는 작달막한 거구의 몸통에, 구불구불한 흑발이 길게 늘어지고, 긴 수염은 '삽모양'으로 자라 있고, 얼굴은 빨갛다. 이 '원시인'은 자기를 의심하거나 모욕하는 사람들의 두개골을 박살 내버리는 매우 폭력적인 지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