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8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85~88

by 미르mihr



신은 <가재> 또는 이중 집게, 이중 구속이다.


Dieu est un Homard ou une double-pince, un double-bind.






지금 여기 브런치에 새로운 글 한 편을 창조하는 중인 내가 일종의 신이라면,


내게는 두 개의 집게발이 있다. 첫 번째 집게발은 우선, <천 개의 고원>이라는 방대한 텍스트 속에서 무엇을 창조의 재료로 삼을지 선별-끊어낸다. 그런 뒤엔 그렇게 끊어낸 질료를 어떤 방법-형식으로 표현-가공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이 세상 글쓰기의 다종다양한 표현법 중에서 어떤 하나의 방법-형식을, 두 번째 집게발로 선택하고 끊어내는 일이다.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한다기보다는, 어떤(도대체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나머지 세계를 끊어낸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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