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짧은 비행, 긴 시간.

제주도 첫 날

by 아둘내미

두어 달 전, 가깝게 지내는 가족이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을 제안해 줬다.


그 가족은 아들이 둘.

첫째는 여섯, 일곱쯤이고

둘째는 세네 살 정도 쯤.


아들 둘 키우고 있는 집이 옆에 있으니

덜 불안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아내가 가고 싶어 했다.

아내를 위해, 같이 가기로 했다.


막상 여행 전날이 되자

마음이 괜히 급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짐을 챙기다 보니

짐이 점점 불어난다.


20190126_192625.jpg 여행 전 날, 성준이 옷 사이즈 체크중. 260일.


그러다 저녁엔

아내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못 가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새벽에 조금 괜찮아져서

일단 공항으로 출발했다.


일찍 나왔으니 여유 있겠다 싶었는데,

공항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성준이가 멀미하는 것 같아

휴게소에 잠깐 세워 쉬었고,

공항 근처에선 교통체증에 한 번 더 막혔다.


게다가 주차장은 생각보다 멀었다.

주차장에서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이 가빴고,

정신없이 체크인을 하고 나니

벌써 체력을 다 쓴 기분이었다.


그리고 제일 걱정했던 비행기 안.


‘혹시 여기서 잠들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그 기대는 기대로만 남았다.


20190127_135655.jpg 비행기 이륙전.


성준이는 그 짧은 비행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울며 보챘다.


달래고, 달래고, 또 달래고.

여기서는 안고 걸어 다닐 수도 없어서

그 자리에서 계속 버텨야 했다.


그렇게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성준이는 잠들었다.


20190127_150612.jpg 비행기가 착륙하니 바로 잠든 성준이.


아...

조금만 일찍 잠들지.


그렇게 고생했는데.

허탈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렌트카를 빌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울고,

나도 울고 싶고.


숙소에 도착했을 땐

이미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

자꾸 '그냥 안 갔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90127_184243.jpg 숙소에 도착해서야 웃어주는 성준이.




2019.01.27.

생후 26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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