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패인 상처
오늘은 비가 왔다.
아침엔 분명 맑았는데, 퇴근길엔 폭우가 쏟아졌다.
버스에서 내릴 무렵,
내가 건너야 할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 있었다.
서둘러야 했다.
급히 내리다
버스 모서리에 무릎을 세게 부딪혔다.
“악.”
작게 새어 나온 신음 사이로,
비가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뒤따라 내리는 사람들,
점점 줄어드는 초록불.
아픈 무릎을 감쌀 틈도 없이,
절뚝이며 뛰었다.
겨우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다음 버스까지 25분,
걸어가면 20분.
비바람은 너무 차가웠고, 무릎은 욱신거렸다.
아침에 아내가 두꺼운 옷 입고 가라 했을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망설이는 사이,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어디야? 아까 버스 탔다며? 지금 어디쯤이야?”
“마을버스 정류장이야.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줘.”
답장을 보내고,
모자를 눌러쓰고, 옷깃을 여몄다.
욱신거리는 무릎을 외면한 채,
한 걸음, 또 한 걸음.
집에 도착했을 땐
온몸이 다 젖어 있었다.
빗물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늦은 귀가에
아내는 말이 없었다.
잠시 뒤 터진 말들엔
온종일 쌓인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아이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갔어.
밥도 못 먹었어. 잠도 못 잤어.”
그 말을 다 듣고 나서야
작게 말했다.
“미안, 버스가 늦게 왔어.”
대충 씻고 나와
마음이를 안았다.
마음이는 자꾸 울었다.
앉아서 안아주면 울고,
서서 걸어야만 울음을 멈췄다.
무릎은 욱신거리고,
어깨는 짓눌린 듯 아팠고,
등 너머로
아내의 한숨이 조용히 전해졌다.
간신히 마음이를 재우고
어깨를 두드리며 앉았을 때,
날카롭게 올라오는 무릎의 통증.
생각보다 깊게 패인 상처.
상비약이 없어
반창고를 하나 발랐다.
그리고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슨 감정으로 이 밤을 버티고 있는 걸까.
이게 서러움일까.
아니면 그냥... 잘 모르겠다.
2018.07.02.
생후 5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