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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질문, 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1-2. 남 좋은 일을 시켜줄 건지, 나 자신을 위해 할 것인지

by 일이사구

아침에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하다 문득, 이런 질문을 해본 적 있는가?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대부분은 그 질문에 머뭇거리기도 전에 이렇게 답할 것이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무슨 질문을..”

“생각을 하지 마. 그래야 오래간다.”

“너 그러다가 와이프한테 혼난다.”

“요즘 좀 편하신가 봐요?”


솔직한 대답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였다.


이건 내가 실제로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잡생각이 들 땐 주식을 해보는 건 어때?”


농담인지 진심인지 몰라도, 그 선배의 말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돌이켜 보면, 내 일의 목적은 늘 같았다.


승진과 연봉, 인정과 자리.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조급함.


내가 가진 것과 상관없이, 좋은 회사와 높은 직책이 곧 "잘 산다"는 증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생활 초기에 우연히 지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보험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안정된 회사를 다니던 친구였기에 뜻밖이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단호히 말했다.


“직장 생활로는 가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확신했어요.”


그 말은 이상하게도 내 가슴 깊은 곳을 두드렸다.

그는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떠밀리듯 살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생각 없이 살아온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가끔 떠올랐다.


“나는 나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걸까?”


직장 밖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는 걸까?

부업을 해볼까, 재테크를 해야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머릿속은 그저 혼란스러웠다.


어느 날 본 드라마 한 편이 오래 남았다.

몇 번이고 다시 볼 만큼, 단순한 오락을 넘어섰다.


충동적으로 해외에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현지에서 살아보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도 해보고 싶다.”


무모한 목표였고, 웃기기도 했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나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그 목표는 이뤄졌다.


짜릿했다.


그 순간은 내 일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 기뻤다.


돌아온 뒤에도, 그때 배우고 느낀 것들은 내 직장생활에 오래도록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생각 없이 살아온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나는 단 한 번도 나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다.


"왜 나는 일하는가?"라는 단순한 물음조차 외면한 채, 그저 주어진 목표만을 향해 달렸다.


이직을 반복했다.

조직은 달라졌지만, 내 감정은 늘 같았다.


바뀐 것은 회사였지, 내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구나."


누군가가 부여한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했지, 내가 왜 일하는지는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그저 기계처럼 흘러갔다.


그때부터 나는 내 안에 쌓아둔 질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 — 늘 자책하며 묻는 질문.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가 —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

돈이 안 돼도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욕망이 드러난 질문.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두려움이 따라붙는 질문.

그리고… 나는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 끝내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질문은 쉽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결심했다.

언젠가는 작더라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겠다.


뚜렷하지 않았지만, 그 목표를 향해 하나씩 경험해 보기로 했다.


그 여정은 단순한 이직이나 직무 변경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실험이었고, 그것이 바로 『1249』였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는 삶은 이제 멈추고 싶었다.


비록 느리더라도, 작더라도,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모든 경로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회사의 규모나 조건보다, 내게 필요한 경험인지가 더 중요했다.


배우기 위해 일했고, 주어진 과제를 치열하게 해냈다.


많은 것을 배웠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기술 기반의 다양한 직무를 넘나들며, 하나하나 직접 설계하고 실행해 볼 수 있었다.


부족했지만, 하나씩 온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했다.


다행히도, 안정된 환경에서 그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비로소 나는 오래 외면해 온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진심으로 당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잠시 멈추고, 당신의 노트에 그 대답을 적어보자.


『1249』 는 당신과 내가 그 질문에 함께 답해가는 여정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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