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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반복의 현실, 진심이었다면 떠나도 된다

1-3. 결국 또 떠났지만, 이유는 달랐다

by 일이사구

이직해도 괜찮아. 퇴직해도 괜찮아.


그런데 이 말을 꺼내는 것조차, 누군가에겐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른다.


“회사를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사람이 어딨냐?”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를 버리라고?”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퇴직이라니.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

“회사를 떠나면 지옥이야.”


맞다. 백 번 맞는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말들을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다른 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싶었을 뿐이다.


내 지인들은 종종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롤러코스터 같은 직장 생활을 해낼 수 있느냐”라고.


나는 꽤 여러 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처음부터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지긋지긋해도 꾸역꾸역 다녔던 적도 있다.


구조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고,

맞지 않아 스스로 등을 돌린 곳도 있었다.


그때마다 상황은 늘 위기처럼 느껴졌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늘 나만의 의사결정 나침반을 따라 움직였다.


그 나침반이 나를 지켜줬고,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은 결국

내 기준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일할 때만큼은 내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불필요한 말이나 개인적인 불만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회사는 그런 것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과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고,

맡겨진 일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예상하지 못한 오퍼도 제법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외국계, 대기업, 스타트업, 중견까지.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하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이 회사를 떠나면 끝일 것 같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었고,

새로운 기회는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어딜 가도 다 똑같아. 직장생활은 거기서 거기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물론, 어디를 가든 사람은 있고, 조직은 있고,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안을 구성하는 것들은 전혀 다르다.


회사의 문화, 경영진의 방향성,

동료들의 태도,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역할까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완전히 다르다.


이름만 화려했던 회사도 있었다. 숨이 막혔다.

반면, 작지만 내가 할 일이 명확했고, 의미 있었던 곳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간판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내가 정말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었는가였다.


이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나는 변화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의미 있으려면,

나만의 기준이 분명해야 했다.


누군가는 회사의 이름값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군가는 연봉이나 워라밸을 우선시할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자기만의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직장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대신해주진 않는다.


회사는 한 챕터일 뿐,

내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어떤 곳에서는 오래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회사를 떠나는 건 쉬운 일이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정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늘 타인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내 기준에서 벗어난 순간이라면,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라면,


망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보다

얼마나 진심이었느냐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디 가나 거기서 거기야.”


하지만 나는 다르게 믿는다.


거기서 거기인 곳은 없다.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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