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내게 맞는 조건이 주어졌을 때,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연봉, 이 단어는 직장인의 영원한 화두다.
하지만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려 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그것만으로 회사를 판단하는 건 부족하다.
물론 중요하다. 많으면 좋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임원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걸 위해 뼈를 갈아 넣을 각오,
당신은 되어 있는가?
나는 늘 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원하는 건 많이 받는 삶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삶인가?
나는 작더라도, 내 것을 가지고 싶었다.
내가 원할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안전지대를 만들고 싶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래서 창업을 떠올렸다.
거창한 스타트업을 구상한 건 아니다.
시리즈 A, B, C를 받고 엑시트를 하는 그런 꿈도 아니었다.
다만, 회사에서 주어진 명함이 사라져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회사 다니면서 부동산도 해보고, 주식도 해보고
월급만큼 나오는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라.”
“좋아하는 취미나 부업도 미리 해보라.”
맞는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나는 회의감을 느꼈다.
성과를 내면서도 부업을 병행할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은퇴 직전의 사람 정도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도 그럴 것이다.
회사는 그런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성실하면 일이 더 많아지고,
성과를 내면 더 높은 목표가 주어진다.
중간관리자 이상이 되면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 관리, 관계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
회사는 민감하게 감지한다.
당신이 이 조직의 역할극에 몰입하고 있는지,
아니면 출구를 찾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 시점부터, 조직은 당신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어떤 조직에서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겪었다.
보고 라인은 혼란스러웠고, 아무도 결정하지도 않았다.
회의는 발언이 아니라,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카페를 전전하며 세력을 구축하는 사람들.
말 대신 위계 중심의 수직적 문화와
심리적 압박감이 지배하던 조직.
겉으로는 좋은 직장이라 불렸지만,
그곳에서 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정말, 맞지 않았다.
반면 어떤 조직에서는 달랐다.
도전적인 일을 맡았고, 예상보다 큰 성과를 냈다.
기획부터 개발, 실행까지 혼자 시작했고,
결국 동료들과 함께 끝을 냈다.
결과는 매출 향상, 그리고 승진이었다.
그때 나는 배웠다.
완벽한 제품보다, 지금 고객이 원하는
충분히 괜찮은 해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나에게 맞는 환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실행의 자유.
결과에 대한 인정.
기회와 보상을 줄 줄 아는 리더.
이 세 가지가 주어진 조직에서는
나는 누구보다 몰입했고, 살아 있었다.
나는 수많은 회사를 다녔다.
어떤 곳은 나를 병들게 했고, 어떤 곳은 나를 성장시켰다.
어떤 곳은 나를 관찰했고,
어떤 곳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거기서 거기인 회사는 없다. 모두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름을 반드시 경험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 방식,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 기준은 점점 희미해질까?
왜 회사라는 구조는 결국
개인을 소모하며 굴러가는 시스템이 되어버리는가.
왜 우리는 조직 안에서
사람이 부품처럼 쓰이는 구조에 익숙해져야만 했을까.
이제 2부에서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그 구조의 본질을 함께 짚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