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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지 않고도 커리어 방향은 바꿀 수 있다

2-6. 잔류자의 커리어 실험기

by 일이사구

퇴사하지 않고도 변화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니”라고 답한다.


변화는 떠나야만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떠나지 못해 흔들린 나날,

그 안에서도 변화를 찾아낸 사람들은 있었다.


이 연재는 퇴사나 이직, 창업을 부추기기 위해 쓰인 게 아니다.


누군가의 결단이 주목받는 동안, 남아 있는 이들은 조용히 고통받는다.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 구조에 길들여진 게 아닐까.”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잔류자에게는 잔류자만의 사투가 있다.


떠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남아 버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자리에 머무르면서도 조금씩 방향을 바꾸려는 사람들.


나는 그런 감정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작은 실천이 방향을 만든다

회사를 떠나지 않고도, 우리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작은 생각, 꾸준한 실천, 그리고 나아가려는 마음.

그게 시작이다.


여기서 다루려는 건 재테크나 부업 성공담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잘 알지도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본다.


모두가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

의지만 있으면 다 된다는 과잉 서사.

그건 오히려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자리에서, 당신의 역할에 충실하라.”

“명함이 사라져도 존중받는 사람이 되라.”


거창한 전략보다 작은 실천이 방향을 바꾼다.

조직 안에서 나만의 실험을 시도하기

관계와 일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

글쓰기·재교육·사이드 프로젝트로 외부와 연결하기

'나는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작은 변화는 시간이 쌓일수록 힘을 발휘한다.


하루 30분의 기록이 1년 뒤 한 권의 원고가 되고,

주 1회 네트워크 모임 참여가 몇 년 뒤 새로운 커리어의 씨앗이 된다.


속도는 느릴 수 있어도, 그 변화는 단단하게 뿌리내린다.

그 단단함은 흔들릴 때마다 당신을 다시 일으켜줄 힘이 된다.


잔류자의 변화도 충분히 의미 있다

물론, 그런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다.

꾸준히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오히려 의욕이 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그 순간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콘텐츠가 이렇게 말한다.

“퇴사하고 나서야 변화가 시작됐다.”

“창업 후 인생이 바뀌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만두는 건 생각보다 큰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기도 한다.


떠난 사람들의 변화는 빠르지만 불안정하다.

반면 잔류자의 변화는 느리지만 지속 가능하다.


둘 중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속도를 선택할 자유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나에게 정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용기다.


떠나지 않고도 변할 수 있다는 말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다.

그건 분명한 선언이다.


바꿀 수 없는 것 속에서도,

바꿀 수 있는 것을 고르는 힘.

그리고 그 작은 선택이 당신의 방향을 만든다.


방향을 바꾸는 네 가지 방법

1. 관계의 방향을 바꾸기

일보다 사람이 힘든 경우가 많다.

관점을 바꾸거나 거리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다.


2. 일 방식을 바꾸기

기존 업무 방식을 새로 설계해 보자.

회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반복 업무를 자동화 툴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 작은 실험이 일상에 숨통을 틔운다.


3.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기

만족을 조직 내부에서만 찾지 말자.

외부에서 글쓰기, 재교육, 커뮤니티 활동,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균형을 잡자.

에너지가 흐르는 곳에 나의 존재감도 따라간다.


4. 정체성을 관리하기

나는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라.

직급·부서가 바뀌어도 '그 사람은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남는 것.

명함이 바뀌어도 이름이 남는 사람이 되는 것.


이 네 가지 변화는 커리어의 방향뿐 아니라,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방향 전환은 반드시 이직·퇴사라는 사건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안에서도, 내 방식대로 실험하며 나를 설계할 수 있다.


먼저, 나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것.

방법보다 '왜'를 먼저 묻는 것.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것.

그게 시작이다.


떠나는 것만이 변화는 아니다.

남아 있으면서도 방향을 바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용기 있는 선택이다.


그 작은 움직임이 모여, 결국 당신의 길이 된다.

당신은 떠나지 않았지만, 이미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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