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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잘하는 법? 도대체 잘한다는 건 뭘까

2-5. 평가 구조 속 ‘잘함’의 허상을 해부하다

by 일이사구

직장생활 잘하는 법.


이 말만 들으면, 기대보다 먼저 피로감이 밀려온다.


"또 무슨 뻔한 이야기일까?"

"내가 뭘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겠지?"


기대보다는

지적당하는 느낌이 먼저 든다.


나는 스스로를 직장생활 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왜냐고?


대부분의 잘한 사람들은 이런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한 회사를 오래 다녔다.

고속승진을 했다.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이름 있는 기업의 고위직 출신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법칙을 만든다.


그런데 그건,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일까?


우리는 이미 수없이 들어봤다.


“상사에게 예쁨 받아라.”

“회식은 빠지지 마라.”

“보고는 요점만, 커뮤니케이션은 자주.”

“팀워크를 중요시해라.”

“리더십을 길러라.”

“주인의식을 가져라”


틀린 말은 아니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굳이 직장생활이 아니어도

인간관계 기본처럼 들린다.


문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직이 성장했고 고속승진이 가능했다.


“10년 버티면 과장, 20년이면 부장”

같은 공식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직 성장률은 떨어지고, 성과의 파이도 작아졌다.


성장보다 유지,

유지보다 구조조정이 먼저 논의된다.

그 위에서 모두가 생존을 위해 싸운다.


스스로 계산해 보자.


지금 회사에서

진짜 임원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체 직장인 중

임원 자리에 오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단순히 연차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이 모두 주어지는 자리 말이다.


그 자리에 오르려면

잘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운, 정치, 줄 서기,

심지어 남의 공을 챙기는 능력…

필요할지도 모른다.


정말 실력 때문일까?

아니면, 구조에 적응했기 때문일까?


여기서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직장생활 잘한다'는 그 말,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성과를 내도,

말이 거칠면 감점이고,

결과보다 태도가 우선시 된다.


실수를 해도,

상사의 기분을 잘 맞추면

오히려 보호받는다.


그게 정말 일을 잘한 결과일까?

아니면 관계 관리를 잘한 보상일까?


직장생활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많다.


그중 하나는 감정노동이다.


무례한 말을 듣고도 웃어야 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조용히 넘겨야 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보고를 올려야 한다.


이 모든 감정노동은 대개 평가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걸 잘하는 사람이

"직장생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장에서는 일의 결과보다 보이는 태도가 더 큰 점수를 받는다.


문제는 이게 숨은 비용을 만든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게 체력이 빠져나간다.


야근 몇 시간을 더 한 것처럼,

퇴근길에 지쳐 있곤 한다.


웃으며 버티는 법을 배우는 순간,

그만큼 자기 성장에 쓸 자원이 줄어든다.


일을 잘하면 일이 몰린다.

실수는 개인 책임이고, 성과는 팀의 것이다.


무임승차는 허용되지만,

거절은 눈총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묵묵히 참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말 잘 듣고,

웃으며 참고,

기분 맞춰주며 버티는 사람.


그런 사람은 유능한 게 아니라, 그저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언젠가, 그 생존이 잘함으로 둔갑한다.


그런데 정작 그 평가는

언제, 어떻게 내려지는 걸까?


연말 성과평가를 한다지만,

대부분은 평가자의 주관에 좌우된다.


성과보다

“그 친구, 말 안 듣더라”

“요즘 분위기 안 좋아”

이런 말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실력보다 인상이,

결과보다 감정이 먼저 전달된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나 아닌 누군가의 입을 통해 결정된다.


중요한 건 정답은 없다는 점이다.


직장생활의 본질은 '룰'이 아니라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상사가 곧 룰이다.


어떤 사람은 상사 덕분에 빛난다.

어떤 사람은 부서 하나 잘못 배치돼 고생만 한다.


직장생활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걸린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대부분의 커리어 조언들은 결국

한 방향을 가리킨다.


상사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직장생활 잘하는 법"으로 배워왔다.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정말 나를 위한 조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성공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 방식을 모든 사람의 교과서처럼 들이민다는 거다.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

“너도 이렇게 해봐.”


그런데 그건

타인이 만든 기준이고,

남이 정한 목표다.


대부분은

윗사람이 보고받는 자리에서 나온 말일뿐이다.


그런 말이 반복되면,

언젠가 그들의 시각이 내 기준이 된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


그 답이 '나'가 아니라면,

그 순간부터 길을 잃기 쉽다.


그저, 한 번쯤은

자신에게 물어보자.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라 이유다.


직장생활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당신만의 이유와 목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와 목표가

진짜 당신의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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