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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컨설팅의 함정, 3년은 다녀야 한다?

2-3. 시간보다 몰입의 밀도가 중요하다

by 일이사구

“첫 회사는 3년은 다녀야 해.”

“이직은 3~4번이 적당하지.”

“임원이 되려면 10년은 한 조직에 있어야 해.”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 AI 생성 이미지>


그런데, 이 말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누구에게서 들은 건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오래된 습관처럼,

선배들이 당연하다는 듯 건네던 말들이다.


직장 초년생일 때부터

주니어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는 차장, 부장들을 수도 없이 봤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내 앞가림도 벅찬데,

남에게 조언할 만큼 확신하는 기준은 없었다.


그리고 그 말들이 꼭 정답도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3년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글로벌 HR 업계에서는

이직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일종의 경력 안정성 평균값처럼 쓰인다.


너무 짧으면 “충성심 부족”

너무 길면 “변화에 둔감”하다는 인식.


그 사이에서 무난한 절충선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일반적인 구직 플랫폼에서도

“최소 3년”은 자주 언급된다.


3년 이상 머문 경력은

신뢰도를 높인다는 조언도 흔하다.


요컨대, 3년이라는 기준은

법적 기준도 아니고 성장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채용 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지에 더 가깝다.


한국은 더 보수적인 기준에 갇혀 있다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문화,

연공서열이 깊게 뿌리내린 사회에서,

이 기준은 마치 경력의 진리처럼 굳어졌다.


“첫 직장은 3년은 버텨야지.”

“3년은 돼야 배울 만큼 배우고 성과도 낼 수 있어.”

“이직을 자주 하면 커리어 망가져.”

“서류에서 떨어져.”


너무 익숙한 말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오히려 질문을 가로막는다.


왜 커리어 조언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

커리어 컨설팅 업계 역시

대기업 출신의 40~60대 전문가들이 중심이다.


그들이 받아온 룰을 고스란히 답습하며

'3년 법칙'은 기본이고, 애사심 같은 덕목도

하나의 성공 공식처럼 전수된다.


그들은 말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 임원이 됐어.

그러니 너도 이걸 따르라.”


하지만, 그 기준은 지금도 유효한가?


애사심은 감정노동으로 바뀔 수 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이 성실하다.”

“애사심이 있어야 인정을 받는다.”


이런 말들도 흔히 듣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회사를 사랑해야 하는가?


사랑은 계약이 아니다.

사랑이 전제가 된 관계는, 쉽게 그만둘 수 없다.


그러니 애사심이 요구되는 순간,

그건 감정노동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조직을 믿어야만

남들 눈에 버텨낸 사람처럼 보인다.


예전처럼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해서,

회사가 직원을 책임지는 구조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취업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채라는 말도 사라졌고,

신입 채용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는 포지션에 딱 맞는 실무 전문가를 원한다.

“들어와서 배운다”는 시대는 끝났다.


신입도, 경력자도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기업은 더 이상 스펙을 보지 않는다.

이제는 실제 무엇을 해봤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본다.


한때는


대기업 부장 ⇒ 중소기업 임원 ⇒ 더 작은 기업의 고문 ⇒ 정년퇴직


흐름이 당연하게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큰 기업에서의 경력과 인맥이

“다음 자리”를 만들어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조직 관리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조직에서 실질적으로 숫자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대기업 출신의 정교한 프로세스 경험은,

중소기업의 빠듯한 현실 속 문제 해결에서는

경쟁력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은, 생존을 위해

어디 있었느냐보다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해졌다.


기술 변화는 연차를 무력화시켰다

내가 처음 SW 개발자로 일했을 때,

주된 언어는 C/C++과 Java였다.


지금은 어떤가?


Python, Javascript, Go, Node.js,

클라우드, 컨테이너, DataOps, MLOps, AI까지.


불과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기술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트업의 확산,

SaaS 중심의 서비스 구조의 정착,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도구와 개발 문화의 진화는

보다 쉽고 빠르게 확장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서비스 개발 주기는

년 → 분기 → 주 → 일 단위로 압축됐다.


3년은커녕,

수개월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 도구, 개념의 변화를 느낄 정도다.


AI가 확산된 이후,

이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오래 버티기보다 중요한 건 깊게 몰입하기다

그런 환경에서

“3년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매뉴얼이다.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몰입했느냐다.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

'1만 시간의 법칙'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2008)에서 소개하며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이 법칙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릭슨 교수는

단순한 반복이 아닌

피드백 기반의 의도적 훈련(deliberate practice)을

전문성의 핵심으로 보았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내용을 단순화했고,

대중은 그 단순화를 더 과잉 해석했다.


결국 “시간 = 전문가”라는 오해가

“근속 연수 = 실력”이라는 착각으로 확장된 것이다.


물론, 근속 연수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산업과 개인의 방향성에 따라

커리어의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걸 커리어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공식처럼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직장인은 입시생이 아니다

하루 8시간 근무 시간 중,

몰입 가능한 시간은 3~4시간이라는 게 대체로 알려진 바이다.


나는 하루 4시간 진짜로 몰입해

1년 반 만에 업무 사이클을 이해했고, 성과도 만들 수 있었다.


전문성을 만드는 건

반복이 아니라, 몰입이고

연차가 아니라, 깊이 있는 시간이다.

커리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다.

오래 버틴 사람이 아니라,

몰입한 사람이 전문가가 된다.


기술은 6개월마다 바뀌고,

일의 방식은 자동화되고 있다.


조직은 더 이상 연차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3년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커리어의 본질이 아니다.


커리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밀도와 설계의 문제다.


그리고 그 밀도는

남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남이 만든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있나요?

아니면 스스로의 방향을 설계하고 있나요?





✅ 참고 문헌 및 인용

Ericsson, K. Anders, et al. (1993).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 Psychological Review, 100(3), 363–406.

Gladwell, M. (2008).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Anders Ericsson & Robert Pool. (2016). Peak: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Forbes 기사(2021), “How Often Should I Change Jobs?” – 경력의 안정성과 이직 간격에 대한 일반적 조언 소개

Monster.com – “How Long Should You Stay at Your Job?” 등의 구직 조언에서 ‘3년 기준’은 흔히 언급됨

BBC Worklife 등에서도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소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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