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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불안과 변화, 누구의 설계를 따를까

2-4. 기준 설계자를 바꿔야 인생이 달라진다

by 일이사구

“지금 나가면 진짜 끝이야. 경제가…”

“그 나이에 다시 취업은 어렵지.”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더 참아.”

“희망퇴직 안 하나. 너는 몇 개월 치면..”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중얼댔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퇴사를 고민할 때, 수개월을 그런 말들로 버텼다.


그 말은 마치 사실처럼, 우리의 행동을 멈추게 만든다.


익숙한 불안은 누구의 설계인가

“회사 그만두면 망한다”는 메시지는

누군가의 얼굴을 한 채 돌아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


회사, 뉴스, 유튜브, 선배, 부모, 컨설턴트…


그리고 내 안의 목소리.


이 익숙한 불안은 결코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다.

그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반응이다.


기준이 외부에 있을 때, 불안은 커진다

“이직해도 될까요?”

“지금 퇴사하면 손해일까요?”

“어디쯤에서 멈춰야 할까요?”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답이 밖에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우리는 커리어 전문가의 말에 기대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불안의 인사이트”를 수동적으로 소비한다.


결국, 이력서를 수정하고도 보내지 못한 채

“내가 더러워서 언젠가는 그만둔다”는 자조로 하루를 넘긴다.


시스템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

누군가는 말한다.


“당신이 불안한 건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그런 거예요.”


정말 그럴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그 불안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일부 이직 시장은, 당신의 불안을 전제로 운영된다.

당신이 이직해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HR 컨설턴트는 “전략적 경력관리”,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래야 강의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시장은 당신의 불안을 “스펙”으로 치환하고 판다.


회사는 당신이 “지금 나가면 위험하다”라고 믿을수록 안도한다.

그래야 당신이 뭐든지 할 테니까.


콘텐츠보다, 설계자가 문제다

내가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

유튜브에는 이런 영상들이 많았다.


“준비 없이 퇴사하면 망한다”,

“퇴사 전에 1만 원이라도 벌어봐라”.


지극히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반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엔 또 다른 얼굴이 숨어 있다.

자극적인 제목, 일방적 경고, 현실을 무시한 일반화.


어떤 영상은 “제2의 인생”이라며 시작하지만,

결국 “그러니까 오래 다녀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그 영상들을 보고 난 뒤,

나는 더 불안하고 더 우울해졌다.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한 설계자였다.


불안은 틀린 게 아니다. 설계자가 중요하다.

불안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불안이 누구의 기준 안에 있느냐이다.

남이 만들어준 틀 안에서 조정되는 불안인가?

아니면 내가 만든 구조 안에서 마주한 불안인가?

이 둘은 매우 다르다.


정답을 찾을수록, 오히려 길을 잃는다.

우리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정답”을 찾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정답이란 대부분 타인의 기준이다.


회사 안에서도 나는 불안했다.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하나는 남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불안,

다른 하나는 내가 만든 기준을 향해 나아가는 불안이었다.


기준 없는 변화는 공포다

기준이 있으면 변화는 실험이다.


커리어의 방향을 잃은 순간,

우리는 “남들이 만든 지도”를 다시 펼쳐 든다.


그리고 불안이 다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지도는

원래부터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애초에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그곳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의 불안은, 누구의 설계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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