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잘나간 사람들만 퇴사를 말할 수 있을까
퇴사나 이직해야 하나? 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우리는 답답한 마음에
관련 영상이나 책을 뒤적이곤 한다.
하지만 커리어 컨설팅이나 조언들은
대부분 내 상황과는 맞지 않거나,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쌓은 경험을 토대로
마치 정답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들어보면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이게 무슨 도움이 되지?”
라는 의문이 따라왔다.
그 말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증명한 사람들,
보여줄 이력이 있는 사람들.
늘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요즘 커리어 콘텐츠를 보면
이직과 퇴사 이야기는 늘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20년 근무했습니다.”
“연봉 수억을 받던 임원이었지만 퇴사를 결심했어요.”
“요즘 세대 퇴사의 진짜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유명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깨달은 건요…”
그들의 이야기는 책이 되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추천한다.
언제나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
퇴사와 이직뿐 아니라,
『직장생활 잘하는 법』이나 『커리어 컨설팅』같은 조언도
대부분 비슷한 목소리에서 나온다.
화려한 말일수록,
내 현실은 더 작아지고 초라해졌다.
출발선이 달랐다.
기회도, 언어도 달랐다.
그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우리는 더 약하고,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불안하다.
우리의 현실은 종종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가깝다.
임금체불이 있거나, 매달 불안한 중소기업
선진화는커녕, 주먹구구와 꼰대 문화
책임은 떠넘기고, 공은 가로채는 상사
의미 없는 반복과 소모적인 루틴
모호한 평가 기준과 요원한 승진
“저 선배처럼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려움
이런 상황에서 이직과 퇴사를 고민한다는 건
대개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다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은 이렇다.
지쳐 있는 사람에게, 그 말들은 종종 현실과 너무 멀게 들렸다.
“퇴사 후 이렇게 창업에 성공했습니다.”
“회사를 떠나서야 진짜 나를 만났어요.”
“회사 생활은 최소 3년은 버텨야죠.”
“핵심인재는 커리어를 이렇게 설계해야 합니다.”
이런 말들은,
지금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위로라기보다는,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조언들의 기반은
대부분 “몇몇 큰 조직”의 문화와 구조다.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 실제로 더 많다.
그렇다면 나머지 대부분은
어떤 기준으로 일하고,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짜 현실에서 버티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그들은 누구에게도 조언받지 못했고,
어쩌면 누구에게도 조언할 수 없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냈다.
그리고 나 역시,
어디로 갈지도 정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뒀을 때,
떠오르는 조언 하나 없었다.
남겨진 건 막막함과 초조함뿐.
그 모든 이야기들이
나에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정답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다는 것.
자기 자서전은, 자기만이 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기로 했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는 이 글을 본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까.
『1249』는 완성된 정답이 아니다.
그저, 정답 없는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의 기록이다.
아직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 길의 중간 기록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혹시 지금도
유튜브 속 잘 나가는 퇴사·이직 이야기나
“회사를 떠나지 마라”는 단언적인 조언을 들으며
“나는 왜 저렇지 못하지?” 하고 자책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잘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진짜 답은, 스스로 찾는 당신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