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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이동, 정말 커리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3-3. 유리관 속 자기 실험, 그리고 보이지 않는 리스크

by 일이사구

부서 이동?


겉으론 새 출발처럼 들리지만,

실은 이직보다 더 까다롭다.


이직은 내가 타이밍과 회사를 고를 수 있지만,

부서 이동은 그렇지 않다.


그 시작부터 주도권이 제한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권하기는 어렵다.


조용히 준비해도, 다 안다

같은 회사 안에서 옮기면 관계는 금세 어색해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처럼,

조용히 움직여도 낌새는 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돌아오는 그 말.


“너 요즘 뭐 준비하니?”

“그런 건 우리끼리 의리 지키는 거 아니야?”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니?”


이직도, 부서 이동도, 심지어 자기 개발도

조직 안에서는 '일종의 배신행위'처럼 간주된다.


누가 정한 적은 없지만,

먼저 움직이면 나머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된다.


떠난 사람보다, 움직인 사람이 더 오래 회자된다.


이상하게도 조용히 나간 사람보다

준비 중인 사람이 더 많은 말에 시달린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부서를 알아보는 사람,

새로운 일을 해보려는 사람.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이런 말들이다.


“지금 팀 일이 중요하지 않냐?”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거 아니냐?”


정작 그 말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말이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눈빛이 달라지고,

회의에서 내 의견은 묵살되기 시작한다.

조금씩 정보에서 소외된다.


"배신”이라는 단어는 너무 강하지만,

“팀워크를 깼다”는 뉘앙스는 슬쩍 흘러온다.


문제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점이다.


단지 준비했을 뿐이고, 생각했을 뿐인데도

이미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


조직은 '남을 사람'만 신뢰한다

조직은 충성보다도 '기대'를 먹고 돌아간다.


그 기대는 때로, 그 사람의 가능성보다

그 사람이 이 조직 안에 남을 것인지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얘는 곧 나갈 거야.”

그 말이 돌기 시작하면,

실제 행동은 아무 상관이 없다.


기대가 사라진 자리엔 기회도 사라진다.

그리고 결국, 소외와 고립이 남는다.


내부 전환에도 여러 얼굴이 있다

겉보기엔 같은 “이동”이지만,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회사가 주도하는 구조조정형으로 밀려난다.

상실감이 깊고, 결국 적응에 실패해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자발적 이동형도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불확실성도 크게 따라온다.


팀 내 갈등을 피하려는 갈등 회피형은 어떨까.

결국 분노와 무력감만 남기기 쉽다.


승진 트랙에 오른 전략 육성형은 겉으론 화려하다.

그러나 오히려 더 위험한 실험이 되기도 한다.


성과 압박이 심한 팀에 투입되는 소방수형은 책임만 늘어난다.

보상은 그대로라서 소진만 가속된다.


사실상 강등에 가까운 좌천·유배형도 있다.

모멸감과 사기 저하 끝에 퇴사로 이어지곤 한다.


마지막으로 경력 리셋형이 있다.

현재 자리에서 더는 가능성을 찾기 어려워

선택하는 절박한 이동이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이 될지,

또 다른 막다른 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오늘 내가 말하려는 건,

이 중에서도 자발적 전환형경력 리셋형이다.


겉으론 의지가 담긴 선택처럼 보여도,

막상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벽과 마주친다.


그 차이는 단순히 부서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변수와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게임이라는 데 있다.


왜 이직보다 어려운가

겉으론 단순해 보여도,

안쪽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실패하면 생각보다 위험하다.


보내는 쪽, 받는 쪽의 이해와 이동의 타이밍

이 모든 것이 딱 맞아야 한다.


유능한 인재는 보내주기 싫고,

빨리 보낼 이유도 없다.


반대로 받는 부서는 유능한 인재를 원하며

빨리 오기를 바란다.


여기에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세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는 스폰서십 변수다.

받는 팀장이 내부 정치적 부담을 느껴 합류를 미루거나,

막판에 말을 바꾸는 경우.


둘째는 역할 애매성 변수다.

권한과 KPI가 불명확해 몇 달간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


셋째는 속도 변수다.

보내는 팀은 잡아두려 하고,

받는 팀은 당기려 하면서

추가 업무만 늘어나 동력이 소진되는 경우.


이 변수들을 줄이려면,

이동하려는 부서의 장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하고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조직장과도 면담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라.

현 조직장의 의견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부서를 이동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사람의 문제다.

특히 현재 조직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쪽이 합의해도 일정은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업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인수인계와 대체 인력 확보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보내는 쪽에서 인수인계를 핑계로 시간을 늘리면 방법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본인만 초조해진다.


FA 제도의 현실

일부 기업은 내부 이동(FA)을 운영한다.


문서상으론 "지원 비밀·불이익 없음"이 원칙이다.

잘 지켜지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전에 한 지인이 용기 내어 부서 이동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지만,

그건 운과 전술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건물에 있는 부서로 옮겼고,

업무도 완전히 달랐다.

무엇보다 이미 팀장과 깊은 교감이 있었다.


반면, 한 직원이 FA 신청을 했다가 취소한 일이 있었다.

공식 통보 전인데도, 부서장이 그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 공유했고,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으로 분류됐다.


제도는 기회를 말하지만,

위험은 결국 지원자 몫이다.


이동은 유리관 속 자기 실험이다

직장 안의 이동은 실험이 아니다.

유리관 속에서 모든 시선이 지켜보는 자기 실험이다.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그래서 망설이게 된다.


“아직은 아닐지도…”

“누가 알면 곤란한데…”

“혹시 내가 신뢰를 잃는 건 아닐까?”


그 순간, 우린 잠정적 이직자로 분류된다.


자율적 이동이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실제로는 예외적으로 용인되는 탈출구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

결국, 주도권은 조용한 이동이 아니라

명확한 전환에서 되찾는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전략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방향성을 설계한 이후

내린 결론이어야 한다.


회사가 언제, 누구에게

“한 번쯤 옮겨도 괜찮다”라고 말해줬던가?

없다.


조용히 참고 버텨야 믿는 사람이 된다는

암묵적 룰만 있을 뿐이다.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서 이동을 하려면,

같은 자리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완전한 전환이 되도록 하라.


그리고 조직 내 전환을 고민할 정도라면,

이미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직할 곳을 정해놓고 시도하라.


부서 이동을 해서라도 다니고 싶은 만큼,

그 회사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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