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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권고, 임금 체불… 돈은 왜 안 주는 걸까

3-4. 흙을 퍼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by 일이사구

임금체불.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지 않다.


일을 했는데 돈을 못 받는다는 건,

누가 들어도 불합리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로, 실제로, 일어난다.


놀랍게도,

이 단어는 뉴스 속 사건이 아니라

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퇴사 권고까지 겹쳐온다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생존 그 차체다.


고상한 말은 필요 없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갑을 두고 온 손님에게는

평소엔 푸근하던 욕쟁이 할머니도

“손님, 왜 이러세요”라고 돌변한다.


돈이 오가지 않으면

관계도, 존중도, 애정도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그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당해보기 전엔 모른다.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을 때,

사람은 진짜로 멈춘다.


카드값, 대출이자, 생활비.


한 달 단위로 사는 사람에게

밀린 한 달은

삶 전체의 균열이다.


갈 곳이 있다면 떠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청에 가보면, 억울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현실의 끝” 같은 분위기 속에

한숨만이 가득하다.


예측? 웃기지 마세요

누군가가 조언했다.

“재무팀의 분위기를 살펴라.”

“입사 전에 재무제표를 보라.”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회사 내부 사정은

지금 막 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은 예측의 공간이 아니다.

긴장과 방심이 공존하는 곳.


당신은 내일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는가?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예방보다 빠른 대응이 먼저다.


권고사직은 퇴사보다 더 잔인하다

돈이 있거나 대안이 있으면,

얼마 받고 나갈지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얼마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

각자 계산기를 두드린다.


그건 행복한 고민이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위로금을 받고 나갈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받고 나가자.”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타깃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계속 손을 들던 나는

그저 눈치 없는 멍청이로 보였을 뿐이다.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게 아닙니다

대안이 없는 사람에게

나가라는 말은 곧 존재가 지워지는 말이다.


그 순간, 공기는 얼어붙고,

시선은 무거워지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진다.


회사 동료들의 눈초리도

점점 차가워진다.


눈물 없이 못 보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끝내 버티게 되면,

드라마 한 편이 펼쳐진다.


후배들은 처음엔 이해하는 듯하다가도,

나중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생긴다.


“이 정도 일하셨으면, 이제 좀…”


나도 그랬다.


권고사직을 받은 선배를 보며

혼자 중얼거린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생각을 했던 내가 제일 부끄럽다.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무심히 그랬던 내가,

지금도 가장 아프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가도, 나오면 그냥 아저씨예요

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웃긴 말인데,

정말 웃을 수 없었다.


직장을 떠나면,

증명할 무대도,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해 줄 사람도 없다.


매일 오던 메일도,

의미 없던 회의도,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부터,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떠밀리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누가 내 등을 떠밀기 전에,

아니면 스스로 내가 나를 밀기 전에,

먼저 한 걸음 옮겨야 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듯,

그날은 누구에게나 온다.


문제는 언제인지,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일 뿐이다.


그래서, 반드시 준비해 두어야 할 세 가지

첫째, 돈을 아껴 써라

최소한 3개월치 생존 자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가 멈추면, 월급도 멈춘다.

그건 누구 책임도 아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돈을 아껴 써라.


삶의 질, 자신을 위한 여행—

그럴듯한 말에 속지 마라.


진짜 투자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건 돈 없이도 가능하다.


둘째, 회사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라

꼭 수익이 나지 않아도 좋다.


혼자서도 매일 할 수 있는 무언가.

나의 무력감을 흡수할 작은 일.


그게 나중엔

당신을 다시 일으키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셋째, 가족과 시간을 나눠라

모두가 떠나도

당신 곁에 남는 건 가족이다.


배우자와 대화하고,

손을 꼭 잡고 산책하라.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라.


흔들리는 순간,

당신을 가장 오래 붙잡아줄 존재는

자신과 가족이다.


회사에서 “한 번 이야기 좀 하자”는 연락이 오거나,

뭔가 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면—

그건 이미 시작된 신호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다.


그 순간부터는

감정보다 플랜이 먼저여야 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고,

회사 밖의 인생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잔인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날에도

하루는 흘러갔다는 걸.


그러니 자신을 믿어라.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은 반드시 열린다.


중요한 건, 그 사이에

멈추지 않는 당신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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