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0 | 왜 이 기록은 당신의 이야기가 되는가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심지어는 아내조차
이 숫자를 왜 제목으로 정했는지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다.
“1249가 무슨 뜻이야?
나이야? 시간? 코드야?”
“왜 이렇게 어려운 걸 했어.
요즘은 제목만 봐도 바로 와닿아야 하잖아.”
나는 늘 웃으며 대답한다.
“숫자가 아니라,
제 인생이에요.”
하지만 1249는
내 인생을 정리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 숫자는
내가 지나온 길이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흔들림을 담아낸 하나의 구조다.
1249는 내게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10번의 이직
2번의 홀로서기 시도
이 12번의 변화는
방황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실험의 총합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12.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나는 아주 조용한 결심을 했다.
“지금처럼은 살 수 없겠다.
뭔가 달라져야겠다.”
그 문장은 거창하지도,
선언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이
1249라는 세계를 여는
가장 처음의 스위치였다.
49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
지금의 나이
그리고 12년 전 결심을 실제로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목표 시점
49는
우리 시대 직장인들이 구조적 벽을 체감하는 나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질문이 도착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그래서 1249는
‘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나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화려한 성공담을 가진 창업가도 아니다.
흔들리고, 고민하고,
버티다가 다시 움직이는
보통 직장인의 감각으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실명을 쓰지 않았다.
그 선택은
의외로 이 프로젝트의 본질과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
1249는
특정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자기 서사를 다시 설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이사구’라는 이름은
나라는 개인을 가리키기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의
익명성·보편성·연약함을 담고 있다.
1249는
‘잘나간 사람이 퇴사를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평균치에 가까운 사람이 실제로 겪는 커리어의 감각을 기록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보다
이 시대를 대신할 수 있는 이름을 선택했다.
1249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가장 먼저 끝을 적었다.
에필로그를
가장 먼저 써두었다.
아내는 의아해했다.
“왜 결말부터 써?
이야기는 앞에서부터 쓰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1249는
앞으로 갈 길을 예측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지나온 길을 해석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어떤 문장으로 끝내고 싶은지.
그 문장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기 이전에,
유일한 독자인
과거의 나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었던 문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말을 먼저 써두고,
그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감정과 사건과 깨달음을
하나씩 뒤에서부터 연결해 나갔다.
그 방식은
1249의 철학과 닮아 있다.
길은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연결될 때 비로소 길이 된다.
1249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완성된 이야기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며
독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고 싶었던 말은
이미 한 번 적어두었다.
이 연재 초반,
〈1249, 이직·퇴직·창업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라는 글에서다.
그 글은
커리어의 구조를 설명하기 전,
질문을 던지기 전,
먼저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쓴 글이었다.
혹시 그 글을 아직 읽지 못했다면,
이 기록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글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완벽한 계획을 신뢰했다.
목표를 세우고,
지표를 만들고,
그 숫자를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완성은
정지 상태이고,
진화는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래서 1249는
정답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다.
함께 흔들리고,
함께 움직이는 기록이다.
12년 전 나는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내가 살아온 경험을 써야겠다.”
그게 책이 될지,
기록이 될지,
나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여러 조직과 문화를 지나며
성장했고, 부딪히고, 무너졌다.
그 모든 흔적이
지금의 1249로 조립되었다.
돌아보니
하나의 원리만 남았다.
행동이 먼저였고,
기록은 나중이었다.
1249는
생각의 책이 아니라,
움직임의 책이다.
커리어 조언의 세계에는
묘한 괴리가 있다.
많은 조언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구조 위에 서 있었던 경험을
지금의 현실에 그대로 대입한 시선에서 나온다.
하지만 조언을 구하는 대다수는
화려한 스펙도,
특별한 배경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냥
살아내느라 바쁜 보통 사람들이다.
나는 그 지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내 커리어 자체가
그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겪어왔다.
그래서 1249는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도 실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험이
자기 서사를 다시 만드는 힘이다.
우리를 붙잡는 문장들이 있다.
“3년은 다녀야 한다.”
“남들만큼은 해야 한다.”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이 퇴사 얘기를 할 자격이 있다.”
1249는
이 문장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그 기준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이 질문이
1249 전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축이다.
1249를 쓰는 동안
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감정을 읽고
행동으로 흔적을 만들고
기록으로 구조를 설명하고
다시 방향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이 순환을 반복하며
나는 나의 OS를 업데이트했다.
1249는
단순한 글쓰기 실험이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을 버리고 다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새롭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페이지 앞에서
이 말을 남기고 싶다.
당신도 당신만의 1249를 쓸 수 있다.
그 숫자는
당신의 흔들림이자,
당신의 가능성이다.
이제는
독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숫자로
다시 쓰이기를 바란다.
그 숫자가 무엇이든,
그건 이미,
당신만의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