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이기적인 건 네가 아니라 나였어
밤새 울었어. 새벽에 자다가 깨서 울고 지쳐서 잠들고 다시 깨고.
너의 전화를 받은 그날 밤, 난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어.
이유야 당연해. 난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으니까.
넌 네가 이기적이라고 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내게 좋아한다고 말해서.
하지만 진짜로 이기적인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난 너와 연인이 될 생각도 없으면서 네게 좋아한다고 하고 같이 있어달라고 했지.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너도 모두 갖고 싶어서. 그래서 이기적으로 굴었어.
네가 상처받을걸 뻔히 아는데도.
결국 난 예전의 나와 같이 파멸을 맞았어. 아무도 붙잡지 못했고 텅 비어버렸지.
벌을 받은 거야.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리다가 아무도 남지 않는 벌을 받은 거지.
너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싫어.
악몽에 자다 깨서 듣는 네 목소리가 없는 것도 싫어.
추운 날 따뜻한 네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것도 싫고
매일 꿈자리를 걱정하는 네 연락이 없다는 것도 싫어.
가지 말라고 떼를 쓸까도 생각해봤어. 무슨 관계든 좋으니 남아달라고 말할까 했어.
아무 말도 못 했지. 용기 내어 말했다는 너를 어떻게 내가 붙잡을 수 있겠어.
내가 없어야 네가 행복해진다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너에게 마지막으로 '잘 가'라고 하고 나서 난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며 울었어.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아서.
이렇게 널 보내면 난 언제쯤 널 잊어버릴 수 있을까.
한동안은 잊기 위해 노력했어. 미친 듯이 일하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그러면 그럴수록 넌 선명해지고 내가 못됐다는 건 분명해졌지.
그래. 이기적인 건 네가 아니라 나였어.
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라 내가 욕심이 많았던 거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널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간이 흘러 널 온전히 잊게 될 때쯤,
그때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줄게.
안녕. 다시 가을이 왔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