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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May 02. 2024

[Editor’s Pick] 너랑 헤어지고 패션쇼 섰어

이별 코어: 운명적인 사랑과 필연적인 이별을 패션의 관점에서 해석하다.


패션계에서는 발레 코어, 걸 코어와 같은 다양한 '코어' 트렌드가 등장하여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다채로운 분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최근의 변화 속에서, 특히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모티프로 한 '이별 코어'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사랑과 이별이라는 가장 강렬하고 복잡한 감정을 패션에 담아내며 감정과 패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우리가 옷을 입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내면적인 세계와 소통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써 패션의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지 출처: Markgong 인스타그램

이러한 '이별 코어' 트렌드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로 먼저 마크공(Markgong)이 있습니다. 2018년부터 마크공은 패션계의 신예로 떠오르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파슨스 출신이자 뉴욕 패션 위크 역사상 최연소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는 마크공의 입지를 굳히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요. 브랜드의 시작은 대자연을 테마로 한 컬렉션을 통해 자연스러움의 미학과 여성성을 연결하며 이루었으며, 최근에는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의 ‘사만다 존스(Samantha Jones)’를 영감으로 한 오피스 코어를 미우미우와 함께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Markgong 인스타그램

이렇듯 뜨거운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마크공은 이번 상하이 패션위크에서 AW24 컬렉션으로 "THE HEARTBREAK CLUB"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면서, 이별의 상실감에 주목하여 이별과 사랑의 새로운 시작을 모티프로 삼아 연출했는데요. 특히 디자이너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이별의 아픔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모델들이 들고 나오는 짐들과 파자마, 수면안대를 걸친 스타일링은 이별의 감정을 잘 그려내어 대중들의 공감까지 얻어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크공의 아이덴티티인 ‘Gong Girl’이 여성의 자신감을 상징하듯, 이번 컬렉션의 쿨한 스타일로 이별의 아픔을 당당하게 자아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이미지 출처: benurunway 인스타그램, 패션코드 비하인드

또 다른 사례로, 2024 F/W 패션코드에서 이상봉'살로메(Salome)'를 살펴보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살로메에서 영감을 받은 이상봉 디자이너는 사랑과 집착, 상처와 같은 일상적인 감정을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는데요. 특히 흰색, 검은색, 빨간색과 같은 색감의 사용과, 목이 잘린 것처럼 보이는 모델들의 연출을 통해 첫 사랑에 대한 강한 집착과 고통스러운 마음을 상징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살로메에선 이별의 아픔과 함께 새로운 사랑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여 관객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전달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살로메 무대 의상을 하면서, 나의 어릴 적 첫 사랑과 이별의 고통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사랑과 집착 그리고 상처로 우리는 매일 슬퍼하고 아파한다.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으로 이번 패션쇼는 시작되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살로메 소감 中


이미지 출처: 영화 노트북(The Notebook)

이처럼 아픔을 드리우는 '이별 코어'가 부상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이별의 감정이 지닌 특성 때문입니다. 강렬하고 복합적인 이별의 아픔은 우리가 시대와 국적을 넘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마음 아파본 경험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경험이 있죠. 디자이너는 이를 패션에 접목함으로써 개인적 경험을 재해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을 갖게 되며, 대중들은 시큰한 마음의 울림을 패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신선하게 전달받게 됩니다. 즉, ‘이별 코어’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 경험의 공유로 우리는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패션 영역에 더 쉽고 깊이 이입하게 된 것 아닐까요?

운명적인 사랑과 필연적인 이별을 패션의 관점에서 해석한 마크공과 이상봉. 이들은 이별의 아픔을 충분히 느껴본 사람만이 새로운 사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으며, 헤어짐의 고통은 깊은 사랑의 증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이별과 사랑, 감정과 패션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이별 코어가 제안하는 패션의 역할은 마치 인간의 삶과 경험을 담아내는 예술과도 밀접한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프더라도 언젠가 새로운 사랑을 찾을 우리들을 응원하는 패션계, 변화를 일구는 우리의 사랑처럼 ‘이별 코어’가 자아낼 앞으로의 다양한 작품들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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