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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미국병원 2

예약 없이 급히 의사 진료 원할 때 - Urgent care center

by 새 날


나의 둘째 딸이 아직 여덟 살이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이는 팔꿈치가 아프다고 했다. 학교에서 책상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손 움직임에 크게 제한이 없어 뼈가 부러지지는 않은 듯한데 팔을 펴는데 통증이 따랐다. 나는 일단 방사선촬영은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미 오후 다섯 시는 넘은 시간이라 주치의에게 전화도 못하고 한국에서 하던 대로 아이를 데리고 근처 병원의 응급실을 갔다. 미국 응급실에서는 접수하면서 산소포화도부터 검사하고 산소포화도가 정상이면 무조건 대기실에서 부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날 우리는 여섯 시간을 기다려서 방사선촬영하고 또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의사를 만났다. 결과 나오면 연락해 준다고 집에 가라는 게 전부였는데. 삼 일 후 연락이 왔는데 뼈는 괜찮고 관절에 물이 차 있으니 얼음찜질하고 통증이 계속되면 팔걸이 (arm sling)를 해서 많이 움직이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때쯤엔 유능한 간호사를 엄마로 둔 아이는 얼음찜질정도는 이미 했고 많이 나아서 팔걸이는 필요 없었다. 그날 나는 응급실 의사에게 왜 urgent care center를 가지 않고 응급실을 왔냐고 꾸지람을 들었다. 미국에는 Urgent care center라는 게 있다는 걸 저녁도 굶고 아이와 응급실 구석에서 일곱 시간 기다려 배운 순간이었다.


내가 아플 때 한국에서는 그냥 길 가다 발견하는 어떤 병원이라도 1차 진료기관이기만 하다면 들어가 진료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리할 수 없다. 우선 전화로 진료를 신청하면 이유를 물어보고 응급하지 않다면 가능한 날에 날짜를 잡아준다. 내 경우 이건 보통 2주 정도 후였다. 지난번에 내가 기침이 두 달 넘게 계속되어 진료 신청을 했을 때는 전화를 받은 여직원이 전문간호사 진료는 당일 가능하다고 해서 내 주치의 대신 전문간호사 (Nurse Practioner)에게 진료를 보았다. NP도 내게 필요한 검사나 처방을 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NP의 진료는 정해진 의사의 관리 감독 하에 승인된다. 때로는 NP 진료도 며칠 걸릴 수도 있다. 이럴 때 갈 수 있는 곳이 Urgent Care Center이다. Urgent care center를 우리말로 하면 응급실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그냥 urgent care center로 쓰겠다. Urgent care center는 hospital의 한 부분인 응급실이 아니라 독립된 의사의 진료실인데 간단한 혈액 소변 심전도 방사선 검사들이 가능하다.

몇 해 전에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우리 집에 며칠 묵은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의사를 봐야 할 일이 생겼다. 그 친구는 Urgent care center에 가서 바로 진료보고 혈액 소변 검사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Urgent care center는 예약이 필요 없고 주말에도 운영하고 평일에도 늦게까지 운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과 계약한 urgent care center를 찾는 것이 비용이 저렴하다. 대부분의 urgent care center는 일반 진료보다 비싸고 병원 응급실보다는 싸다. 내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가입했던 보험은 일반진료 시 본인 부담액이 10달러, urgent care center는 20달러, 응급실은 입원하지 않고 귀가할 경우 50달러였다. 입원 시에는 물론 총진료비로 계산하고 응급실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만약 내가 내 보험회사와 계약하지 않은 urgent care center-여기서는 이런 곳을 out of network이라 부른다-를 갈 경우에는 본인부담액이 50달러였다. 한국에서 왔던 친구는 그날 200달러를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꼼꼼히 영수증을 챙겼다. 한국에 돌아가면 보험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혹시 미국 방문 시 생명이 위독하진 않으나 의사를 봐야 할 상황이면 Urgent Care를 찾으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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